찌라시 무차별 확산…그럴 듯하면 믿는 인간의 비합리성 탓

입력 2020-07-24 17:43   수정 2020-07-25 01:09

찌라시의 공급과 유통은 어느 정도 얘기가 되면 이를 믿어버리는 ‘비합리적 인간’이라는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따져볼 수 있다. 행동경제학이란 인간의 실제 행동을 심리학, 사회학, 생리학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규명하려는 경제학인데, 주류경제학이 ‘합리적인 인간’에 기반한다면 행동경제학은 ‘온전히 합리적이지 않은 인간’에서 출발한다.

행동경제학자들은 “대다수의 사람이 모든 정보를 취합·분석하는 합리적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찌라시를 믿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사람은 ‘인지적 게으름’으로 인해 정보의 진위를 따지기보다 이야기가 그럴 듯하게 들리면 믿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모든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한 뒤 행동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식 선에서 ‘얘기가 된다’고 생각하면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신의 평소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편견’을 행동경제학에선 ‘확증편향’이라고 하는데 확증편향이 강한 사람은 사실이든 아니든 자신에게 맞는 정보만 취합하고, 주변 사람들과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과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도 찌라시 유통에 한몫하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5%로, 조사 대상 27개국 중 가장 높았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개인 SNS로 찌라시를 유통하거나 재가공할 때 드는 한계비용(생산물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할 때 필요한 총비용의 증가분)이 ‘0’에 가까운 것도 찌라시가 빠르게 퍼져나가는 이유 중 하나다. 그만큼 돈과 시간, 수고로움이 줄어든 것이다.

최근에는 찌라시로 떠도는 내용을 아예 방송으로 제작해 이익을 추구하는 유튜버까지 생겨나 “찌라시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한 유명 남자 연예인이 이혼 뒤 여자 변호사와 열애설이 불거졌다며 상대방의 실명과 개인정보를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양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유튜브 방송에서 찌라시 글을 언급하면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슈퍼챗’(후원 기능) 등으로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가세연은 지난달 약 7000만원의 돈을 벌어들였다.

찌라시 동영상을 제재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유튜브 영상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하고 결과에 따라 동영상 차단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플랫폼 사업자에 이를 통지한다. 하지만 유튜브 운영사인 구글이 해외 사업자여서 규제를 강제할 순 없다. 유튜브는 ‘콘텐츠 가이드라인’을 통해 자율 규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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