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노래 ‘국악 효자’->‘언더그라운드 팝 실력자’

입력 2020-07-25 14:14   수정 2020-07-25 14:15

한국인의 노래(사진=KBS 한국방송)

24일 방송된 ‘한국인의 노래’ 5회에서는 MC 최수종이 ‘국악 효자’ 정보권 씨와 ‘언더그라운드 팝 실력자’ 윤준 씨를 위해 노래 배달에 나섰다. '한국인의 노래'는 최수종이 사연의 주인공을 직접 찾아가 그만을 위해 특별 편곡한 노래를 배달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최수종이 들려오는 소리를 따라 걸음을 옮긴 곳은 종로구 인사동의 한 소리 연습실. 그곳에서 만난 주인공은 떠오르는 국악계 샛별, 소리꾼 정보권 씨였다.

정보권 씨가 “이곳은 판소리 학당, 개인 연습 중이었다”고 소개하자 장난기가 발동한 최수종은 “선생님 없을 때 편하게 하자”며 대뜸 눕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안겼다. 이어 북을 발견한 최수종은 주인공에게 북을 배워보려 했으나 양반다리를 하지 못해 실패했다. “저는 고수가 될 자격이 없네요”라고 말하기도 잠시, 이번에는 소리꾼 흉내를 내며 춘향가 중 ‘사랑가’를 훌륭하게 소화해 감탄을 자아냈다.

본격적인 음악 인생 토크를 위해 서울돈화문국악당으로 자리를 옮긴 두 사람. 정보권 씨는 “열한 살 때 부모님을 따라 국악 쪽 취미활동을 따라갔다가 얼떨결에 판소리를 시작하게 됐다”라며 판소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부모님이 좋아하셨을 것 같다는 최수종의 말에는 “부모님은 좋아하셨지만, 선생님은 항상 나보고 독기가 부족하다, 2%가 부족하다고 혼내셨다”라며 “대회 나가서 상을 받아도 1등은 거의 못 하고 2, 3등만 했다”고 털어놨다.

소리에 대한 자신감은 점점 떨어졌고, 소리가 내 길이 맞는지 고민은 계속되던 그때 알게 된 건 아버지의 간암과 어머니의 교통사고 소식. 소리를 그만두고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건 아닌지 방황의 시기를 보낸 정보권 씨는 “묵묵히 본인의 일을 하시면서 너 할 일 열심히 하라고 지원해주신 부모님 덕”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보권 씨는 ”늘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니 준비를 항상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을 새겨두었고, ”연습량을 늘린 결과, 박동진 판소리 명창 명고 대회에서 문체부 장관상을 받았고, 창극 <패왕별희>에도 참여했다“고 말했다. 정보권 씨는 이 결과를 ”아버지의 힘, 조언과 충고가 누적되고 그 덕을 본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부모님께 해드릴 수 있는 건 금전적인 것보다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이며, 부모님의 제안에 전국노래자랑까지 나갔다고 말해 효자임을 인증했다.

‘한국인의 노래’ 음악 멘토 하광훈 작곡가와의 만남에서는 국악을 넘어 애절한 발라드까지 완벽 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하광훈 작곡가는 국악을 버리고 팝스러운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가요를 국악스럽게 불러보자며 현인의 ’신라의 달밤‘을 선곡했다.

그렇게 재탄생한 국악 버전 신라의 달밤을 들은 정보권 씨는 “가요를 소리스럽게 부르는 건 처음인데, 민망하면서도 묘하게 중독성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에 최수종 또한 “이렇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냐”고 극찬하며 첫 번째 노래 배달을 마무리했다.

두 번째 사연의 주인공은 과거 라이브 무대에서 팬들을 사로잡은 ‘언더그라운드 팝 실력자’ 윤준 씨였다.

MC 최수종이 윤준 씨를 만나기 위해 찾은 곳은 종로의 한 라이브 카페였다. 테이블을 정리하던 윤준 씨는 카페에 들어온 최수종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후 두 사람은 함께 테이블을 닦으며 영업 준비를 마쳤고, 윤준 씨는 그 보답으로 직접 내린 커피를 대접했다. 윤준 씨는 자신을 소개하며 노래도 하고 서빙도 하는 ‘싱어송웨이터’라고 칭했다. 재치 있는 별명을 들은 최수종은 “멋지다”는 말을 전했다.

최수종은 손님들과 윤준 씨의 노래 실력에 대한 짤막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카페를 자주 찾는다는 한 손님은 “사장님은 노래를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한국에서 팝송을 가장 잘 부른다. 팝송을 시인처럼 해석한다”며 자신만의 곡 해석력을 가진 윤준 씨의 팝송 실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어진 최수종의 노래 신청에 윤준 씨는 단골손님의 극찬을 증명하듯 팝송을 멋지게 노래했다.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음악 인생 이야기를 시작했다. 윤준 씨는 음악 시작 계기를 묻는 최수종의 질문에 20살 때 친구들과 자주 가던 카페에서의 일을 얘기했다. 친구들과 기타 치며 노래하는 윤준 씨를 눈여겨본 카페 사장님은 “시간 되면 자주 와서 쳐. 노래 좋네”라고 말하며 무대에서 노래할 것을 제안했다. 당시 노래를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몇 달을 나가 노래했고, 어느 날 사장님으로부터 노래에 대한 격려의 말과 함께 돈 봉투를 건네받으며 본격적으로 음악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후 윤준 씨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무대에서 노래했다. 당시 한 집 건너 라이브 카페와 음악감상실이 있던 시절, 윤준 씨는 하루 최대 14군데까지 공연하러 다녔었다고 밝혀 최수종을 놀라게 했다. 그는 “(손님들이) 음악 듣고 손뼉치고, 끝나면 멋지다고 이야기해주고 갔다. 음악 인생을 돌이켜보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다”라며 ‘언더그라운드 가수’로 전성기를 누렸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나 천만 원 이상의 수입이 있을 정도로 바빴던 상황은 오히려 윤준 씨에게 시련을 가져다줬다. 빽빽한 스케줄에 급하게 이동하던 윤준 씨는 교통사고를 당하게 됐고, 다른 차를 구하지 못하면서 일자리도 잃게 됐다. 윤준 씨는 당시 “지금 내가 뭐 하는 짓인가”하는 생각을 했고, “그때가 음악이 정말 재미없던 시기”라고 말했다.

매일 푸념하며 힘들어하던 윤준 씨를 다시 일으켜준 건 다름 아닌 팬들이었다. 윤준 씨는 “피난처가 필요했던 나에게 어느 날 팬 두 명이 간판까지 달아놓고 날 불렀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좀처럼 시련을 이기지 못하던 윤준 씨를 위해 팬 여섯 명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현재의 라이브 카페를 선물한 것이다. 이후 긴 시간에 걸쳐 해당 비용을 다 갚았다는 윤준 씨는 “음악을 하면서 그런 정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라며 음악 인생을 지탱하게 해준 힘이 사람들의 ‘정’이었음을 밝혔다.

노래를 듣기 전 공개된 선곡 과정에서는, 윤준 씨의 기타 연주에 흥겨운 듯 건반을 누르는 하광훈 작곡가의 모습이 비쳤다. 작곡가는 팝송 부를 때 특유의 발성이 매력적인 윤준 씨를 위해 김도향의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제안했다. 이번에는 녹음 과정도 특별했다. 과거 라이브 무대를 누볐던 윤준 씨를 생각한 하광훈 작곡가는 직접 소극장을 빌리고, 밴드 세션까지 동원해 녹음을 진행했다.

완성된 곡을 들은 최수종은 “(노래가) 한 인생을 이야기하듯 들려서 또 색다른 노래가 나의 귀를, 내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받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에 윤준 씨는 “제 40년 노래 인생 가장 좋은 찬사입니다”라고 답하며, 진한 감동과 함께 오늘의 노래 배달을 마무리했다.

김나경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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