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스테인리스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산화피막의 두께다. 5나노 두께의 일반 스테인리스와 달리 K블랙은 500나노의 투명한 산화피막이 입혀진다. 이 피막을 통한 빛의 간섭 효과에 의해 스테인레스의 표면이 블랙톤으로 구현된다. 기존 스테인리스보다 두꺼운 피막이 입혀지는 만큼 내구성과 내식성도 훨씬 뛰어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배명직 기양금속 대표는 “스테인리스는 녹과 흠집이 잘 안 나지만, 소재 특성상 다양한 색을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었다”며 “K블랙은 스테인리스 고유의 금속감을 유지하면서 흑색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부품·소재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개발 성과”라고 강조했다.
블랙 스테인리스 구현 기술을 먼저 개발한 건 일본이다. 이미 1980년대에 개발해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기양금속이 블랙 스테인리스 개발에 나선 건 훨씬 고급스러운 질감을 구현하는 방안을 찾던 한 가전업체가 의뢰하면서다.
노병호 기양금속 연구소장은 “일본에 지기 싫어 1년 중 360일을 기술개발에 매달려왔다”며 “일반 펄스(파동) 방식의 일본보다 특수 펄스를 이용해 훨씬 진일보한 기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기양금속은 이 같은 특징을 지닌 K블랙에 대해 최근 특허청에도 특허 출원을 냈다.
1992년 설립된 기양금속은 전투기, 헬리콥터 등 방위산업 제품과 전자·통신 우주항공산업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및 소재를 표면처리하는 뿌리기술 전문기업이다. 나로호의 표면처리도 기양금속이 담당했다. 알루미늄 소재 화성처리 코팅 방법, 스테인리스 내식성 확보를 위한 부동태화 처리 방법 등 11건의 표면처리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배 대표는 2007년 국내 ‘표면처리 1호 명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배 대표는 19세에 도금공장에 취업한 이후 27세에 창업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43년간 표면처리업계에서만 한우물을 팠다. 2008년엔 고급 주방용품 브랜드인 ‘골드 마이스터’를 출시하기도 했다. 숟가락 머리 부분과 젓가락 끝이 바닥에 닿지 않는 위생 수저도 이 회사에서 생산한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