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비 업체 헬리녹스의 9각 텐트 '노나돔 4.0 블랙'의 판매를 위해 헬리녹스 경영진들은 지난달 인터넷 라이브 추첨방송을 택했다. 개당 200만원에 육박하는 이 텐트의 판매 물량은 50개에 불과했지만 구매를 신청한 소비자들이 1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수요가 폭발했다. 판매의 공정성을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이후 공급을 늘려달라는 소비자들의 문의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설립 11주년이 된 캠핑장비업체 헬리녹스는 미국, 유럽 등 해외캠핑장비 시장에서 '명품' 대접을 받는 브랜드다. 헬리녹스는 코로나19의 전세계적 유행에 따라 주력인 해외시장에서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진정된 한국에 불고 있는 캠핑열풍에 힘입어 지난 4월부터 '폭발'한 국내 수요에 대응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7일 서울 한남동 헬리녹스크리에이티브센터에서 만난 라영환 헬리녹스 대표는 "가용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대응하고 있지만 생산에 6개월~1년 정도 걸는 캠핑용품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시장에서도 반전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3월 중순부터 4월까지 크게 꺾였던 매출이 5월부터 회복되기 시작했다. 라 대표는 "올해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시장에서 마니아층 중심이었던 헬리녹스 제품이 일반 대중까지 많이 알려졌다"며 "주력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도 캠핑 수요가 회복되고 있어 하반기에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국립공원이나 해변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을 피해 거리를 둘 수 있는 캠핑을 다시 시작하면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올해 매출은 2018년(300억원)보다 50%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 대표가 헬리녹스 프로젝트 관련 일을 시작한 것은 병역의무를 마친 뒤 휴학중이던 2009년이다. 당시 그의 나이 25세. 아버지 라제건 회장이 창업한 ‘텐트폴 세계 1위’ 동아알루미늄에서 기획과 영업을 담당하는 이사가 첫 보직이었다. 라 회장은 아들의 감각을 믿고 오랫동안 개발해 오던 등산용 스틱을 자체 브랜드로 판매해 볼 것을 권했다. 라 회장은 신제품인 초경량 의자도 헬리녹스 브랜드로 판매하기로 했다. 2009년 등산용 스틱과 우산을 시작으로 2012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의자를 출시했다. 2012년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초경량 의자 체어원의 판매가 늘어남에 따라 헬리녹스를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키고 1년 후 당시 이사였던 아들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독특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았고, 이후 테이블 텐트 등 캠핑용 액세서리로 제품군을 확대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라 대표는 "아버지는 평소에 '꽃은 나비를 따라가지 않는다 꽃이 향기롭게 피면 나비가 찾아온다'고 강조했다"며 "제조업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면서 걸작을 만들면 소비자는 제품을 자연스레 찾는다는 생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했다"고 말했다.
라 대표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디자인과 기능을 가진 '오리지널' 제품을 만들고, 오래 동안 쓸 수 있는 튼튼한 제품을 만들어 '빈티지'로 인정받는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아웃도어 브랜드지만 일상 생활에서 여러 순간에 쓰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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