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줄 세운 정용진의 '초저가 매직'

입력 2020-07-27 17:14   수정 2020-07-28 01:00

이마트는 작년 8월 초 도스코파스란 이름의 와인을 내놨다. 한 병에 4900원짜리 칠레산 와인이었다. 이 초저가 와인은 나오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출시 초기 하루평균 1만 병 넘게 팔려나갔다. 이 기세를 1년 가까이 이어갔다. 국내 와인 역사에 남을 기록을 하나 세웠다. 처음으로 1년간 200만 병 이상 판매된 최초의 와인이 됐다. 국내 와인시장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마트 관계자는 “도스코파스로 인해 와인에 입문한 20대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이 많다”며 “최고의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와인이란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상품 구색을 더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27일 기존 대비 품질을 확 끌어올린 8900원짜리 포르투갈 레드와인 도스코파스 리제르바를 내놨다.
초저가로 온라인과 정면 대결
도스코파스의 성공은 대형마트를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산업이 온라인에 밀려 급격한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도스코파스가 나온 시점은 이마트가 창사 이후 첫 적자를 낸 직후였다. 이마트는 작년 2분기 2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발표가 나온 뒤 유통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20여 년간 국내 유통업계 ‘왕좌’ 자리에 올랐던 이마트조차 온라인 쇼핑에 맥없이 무너진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마트는 순순히 당하고 있지 않았다.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첫 번째 카드가 최저가 전략이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사진)이 이 전략을 이끌었다. 그는 “가격에서 밀리면 답이 없다”며 온라인과 정면 대결하라고 지시했다.

이마트 바이어들은 작년 내내 최저가 전략을 구현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어떻게 해서든 단가를 낮춰야 했다. 바이어들은 이마트의 최대 강점을 활용했다. ‘바잉 파워’였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아줄 테니 가장 싸게 달라”고 설득했다. 여기에 많은 업체가 응했다. 초저가 생수, 비누, 물티슈 등이 이렇게 나왔다. 와인도 이 중 하나였다. 칠레의 한 와이너리에 “한 번에 100만 병을 사겠다”고 해서 단가를 확 떨어뜨렸다.

이마트는 특히 와인에 많은 공을 들였다. 온라인이 팔 수 없는 대표적 상품이 주류였다. 이마트는 마진을 과감히 포기하고 철저히 ‘집객’의 수단으로 초저가 와인을 내세웠다. ‘와인 사러 이마트에 일부러 사람들을 오게 해야 한다’는 계산이었다. 이 계산은 들어맞았다. 와인 구매자는 도스코파스 출시 이전 대비 36% 증가했다.
그로서리 혁신에도 나서
이마트가 매장으로 사람을 불러모으는 전략은 초저가뿐만이 아니었다. 매장을 식료품 위주로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도 집객 전략의 핵심이었다. 이마트 내부에선 이를 ‘그로서리 혁신’이라고 불렀다.

우선 매장부터 바꿨다. 창동 명일 순천 월계 등 25개 매장을 장보기에 특화된 곳으로 하나하나 뜯어고쳤다. 온라인을 가격으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생활용품 같은 것은 확 들어냈다. 이들 매장에 가면 기존 이마트에선 볼 수 없는 상품이 많다. 예컨대 딸기 토마토 같은 과일은 기존 1~2개 품종에서 10여 개 품종을 파는 식으로 바꿨다.

체험형 콘텐츠도 많이 들였다. ‘맛집’을 대거 유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월계점은 지난 5월 재단장했는데, 맛집만 20여 곳에 이른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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