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부동산 정책 재조명받는 이유…"공급 늘리고 규제 풀어 집값 잡았다"

입력 2020-07-27 17:34   수정 2020-10-05 15:47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여간 22번의 부동산대책이 나왔지만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올 들어선 정부 처방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춰 부동산 규제만을 쏟아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런 ‘반쪽짜리’ 대책으로는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는 점은 역대 정부에서도 증명된다. 정부가 주택 공급은 늘리면서 각종 규제를 완화했을 때 부동산시장이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이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 노무현 정부(2003~2008년) 시절 서울 아파트(전용면적 85㎡) 중위가격은 94% 상승했다. 이명박 정부(2008~2013년)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은 13% 하락했다. 강남 그린벨트를 풀어 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불린 보금자리주택을 짓는 등 공급을 확대한 결과다. 대출과 재건축 규제를 완화한 박근혜 정부(2013~2017년 5월) 시절 4년간 27% 상승한 서울 아파트 가격은 문재인 정부(2017년 5월~2020년 5월) 들어 3년간 53% 급등했다.

문재인 정부는 3년여간 공급은 늘리지 않은 채 대출을 죄고 세금은 높이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그래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이르면 이번주 내놓을 대책에 공급 확대방안을 포함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집값을 안정시킬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의 반발을 불러와 조세저항운동과 부동산 촛불집회를 낳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잦은 규제로 시장에 내성이 생겼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상당히 떨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설익은 공급대책을 내놓으면 오히려 시장을 더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MB정부, 강남 인근 그린벨트 풀고 강북 재개발 본격화
투기지역 해제·양도세도 감면…규제완화로 거래 숨통 틔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이 계속 급등하면서 과거 부동산 시장 안정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장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하락한 이명박(MB) 정부 시절이 주목받고 있다. 22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도 시장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가 ‘MB표’ 주택 정책을 벤치마킹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MB는 공급 늘리고 규제 풀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취임 첫해인 2008년 9월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 강남권 그린벨트를 풀어 내곡동과 세곡동에 시세의 절반 수준인 아파트를 2012년까지 총 32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초 목표만큼 완공하지는 못했지만 2012년 첫 입주를 시작해 강남 집값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도심 재개발 사업도 적극 추진했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 시작한 뉴타운 사업을 본격화해 은평과 길음, 왕십리, 아현 뉴타운 등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완공했다. 이 때문에 2010년 3만3825가구였던 서울 입주물량은 2014년 5만1452가구까지 늘어났다. MB표 공급 확대 정책으로 전국 아파트 가격은 2014년까지 안정세를 유지했다. 이명박 정부는 시장에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릴 것이란 사인을 줬다.

이명박 정부는 집값 안정을 바탕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이는 주택 거래 활성화로 이어졌다.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지금의 상황과는 정반대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하고 투기지역을 해제했다.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주고 분양권 전매제한도 풀어줬다. 2010년엔 대출 규제를 풀었다. 강남 3구를 제외한 전 지역에 대해선 은행권 자율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정하게 했다. 2012년엔 강남 3구도 투기지역에서 해제했고 은퇴자 DTI도 완화했다.

“공급 확대 없이는 집값 못 잡아”
일각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 시절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전후해 국내 집값은 2008년 8월부터 12월까지 하락하다가 이듬해 1월 5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후 2010년 8월까지 오르다 2014년 안정세를 보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리먼 쇼크 이후 국내에도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2013년까지 매년 4.5% 유동성(M2)이 늘었다. 2017~2019년 M2 증가율은 7%다.

대내외 환경보다 주택 공급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엔 유동성 증가율이 2.9%에 불과했지만 집값과 분양가가 모두 올랐다. 1998년 3.3㎡당 평균 512만원이던 분양가는 2006년 1546만원으로 세 배 이상으로 뛰었다. 당시 정부는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규제에 나섰다.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며 ‘버블 세븐(강남, 서초, 송파, 양천(목동), 분당, 평촌, 용인)’을 지목하기도 했다. 분양권 전매 제한, 재당첨 제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에 나섰다.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고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도 시행했다. 하지만 끓어오르는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다. 집값 안정을 목적으로 2기 신도시를 내놓기도 했지만 판교와 위례 등을 제외한 대부분이 서울 수요 분산에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판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초기엔 세금과 부동산 규제로 집값을 잡으려다 실패하고 뒤늦게 주택 공급 확대를 병행하려 하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를 잡겠다며 각종 세 부담을 늘리고 규제를 강화하면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보게 된다”며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려 거래가 활성화돼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최진석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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