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집값도 '유동성 랠리'…역대 최고치 찍었다

입력 2020-07-28 17:15   수정 2020-07-29 01:14

27일(현지시간) 허드슨강을 사이에 두고 뉴욕과 마주하고 있는 뉴저지주 버겐 카운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마스크를 쓴 채 ‘주택 쇼핑’에 나선 무리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부동산 중개업에 종사해온 주슈아 김 씨는 “올봄까지만 해도 매물이 나오면 실제 소화되기까지 몇 달 걸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2~3주 안에 대부분 팔리는 분위기”라며 “갑자기 손님이 늘어 정신이 없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과 대규모 실업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택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다. 거래가 늘고 가격은 뛰고 있다. 전염병 사태로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던 상당수 전문가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예상치 못한 집값 오름세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거래된 주택(신축 제외)의 중간값은 29만5300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3.5% 상승했다. 집값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기록됐다. 작년 평균(27만1900달러)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8.6% 올랐다.

거래도 활발하다. 6월 주택 판매량은 472만 채로 전월보다 20.7% 급증했다. 협회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8년 이후 최대폭이다. 새로 주택을 매입한 사람의 35%는 생애 첫 구매자였다. 젊은 층까지 가세하면서 첫 구매자 비중이 전달 대비 5%포인트가량 높아졌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미 상무부가 지난 24일 발표한 신규 주택 거래량(6월) 역시 작년 동월 대비 6.9% 늘어난 77만6000채로 집계됐다. 2007년 7월 이후 약 13년 만에 가장 많았다. 신규 주택의 평균값은 32만9200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5.6% 올랐다. 로런스 윤 NAR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구가 밀집한 도심보다 교외 주택에 대한 선호가 뚜렷한 게 과거 활황기와 다른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모기지 금리 역대 최저로
경기 침체 속에서 집값이 상승하는 것은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과 초저금리가 주된 원인이다. 미 주택금융업체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미국인이 집을 구매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이달 중순 연 2.98%까지 떨어져 사상 처음으로 연 2%대에 진입했다. 이 금리는 1년 전만 해도 연 4%에 육박했다. 부동산 컨설팅·중개업체인 질로우의 제프 터커 이코노미스트는 “장기 대출 금리가 연 3% 밑으로 낮아진 건 미국 경제가 여전히 위기라는 의미”라며 “(정부 지원 확대로) 대출 금리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택 공급 감소는 집값을 끌어올린 또 다른 배경으로 지적됐다. 지난달 말 기준 미 주택 매물은 작년 평균 대비 18.2% 급감했다.
향후 집값 전망은 엇갈려
미국의 집값 상승세가 계속될지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린다. 프레디맥은 “코로나 재유행으로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주택 수요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도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주택은 주식처럼 매우 고평가된 상태”라며 “특히 도심 집값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반면 미셸 메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 등과의 인터뷰에서 “중산층 이상인 잠재 주택 매수자들 사이에선 실업률이 낮은데다 대출 금리는 역대 최저”라며 “주택시장은 코로나와 같은 외부 변수에 강력한 면역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터커 이코노미스트도 “미국 집값은 내년에 3.2%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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