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기 평택시 공무원들의 1번 과제는 ‘공업용수 확보’다. 삼성전자가 최근 “2025년부터 하루에 물 25만t을 추가로 공급해달라”고 요청해서다. 물 추가 조달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원(水源)을 확보하더라도 평택까지 물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집단민원 등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삼성전자에 공급 중인 물 22만t을 확보하는 데도 10년이 걸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때아닌 ‘물 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반도체 초격차 유지를 위해 경기 평택, 용인 등지에 새 공장을 짓고 있지만 공장 가동에 필수적인 수십만t 규모의 물을 끌어오는 게 쉽지 않아서다.
하루 수십만t의 공업용수가 필요한 건 대부분의 반도체 생산 공정에 물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체들은 공업용수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초순수(ultrapure water)’를 공정에 투입한다. 초순수는 웨이퍼와 반도체를 씻는 세정이나 웨이퍼를 깎는 식각 공정에 활용된다. 고도로 정제된 물을 쓰는 건 반도체가 ‘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 단위의 불순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율(생산품 중 양품 비율)을 높이는 데 깨끗한 물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경기 용인 원삼면 일대 448만㎡(약 135만 평) 부지에 120조원을 들여 4개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확정한 SK하이닉스도 ‘물 전쟁’을 치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용인시는 물 확보 방안 중 하나로 하루 26만t 규모 공업용수를 팔당상수원에서 하남을 거쳐 용인까지 끌어오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하남시로부터 공식 반대 의견을 받았다. 주변 지자체와 주민들의 거센 반대가 원인이다.
첨단 정화시설을 거쳐 사용된 물을 버리는 것도 쉽지 않다. SK 측은 “방류수가 흘러드는 하천은 천연기념물 수달이 서식할 정도로 1급수와 다름없다”고 강조했지만 주민들은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공장의 방류수를 안성천에 보낼 계획이었지만 안성시민들의 반대로 확정을 못 짓고 있다.
다만 정수장 완공 시점이 2027년으로 예상되는 점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6공장 준공 스케줄이 2년 정도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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