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들 "차라리 집 비우겠다"…전세 매물 줄이는 임대차3법

입력 2020-07-29 10:24   수정 2020-07-29 11:15


올해 10월 입주를 예정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새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김 모씨(42)는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집을 비워둘 생각이다.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낮은 전셋값을 받을 경우 최소 4년 동안은 보증금을 못 올려 받게 될 수 있어서다. 이 단지는 약 1500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아파트다. 통상 이 정도 규모의 아파트가 입주하면 일시적으로 공급이 확대되면서 단지 내에 전셋값이 떨어지곤 한다. 김 씨는 새 아파트를 비워두는 기간동안 대출에 따른 이자 비용과 관리비 등을 자력으로 부담할 계획이다.

김 씨는 “당장 입주할 수는 없고 세입자를 들여야하는데 입주 초기엔 입주장 효과가 있어 낮은 전셋값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제 가격에 전세를 못받고 4년간 고생할 바엔 차라리 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루고 난 후 전셋값이 제 가격을 찾으면 그때 세입자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축 아파트 "전세 보다 공실"…매물 감소 우려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서울 전세시장이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기존에 세입자가 있는 집주인들은 계약 갱신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고, 처음 세입자를 고려했던 집주인들은 아예 마음을 접고 있다. 결국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시장에 전세매물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전셋값이 급등하고 전세 물건이 품귀를 빚고 있는데다, 그나마 있는 물량이 기대되는 곳에서는 공실로 두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서울 전·월세 거래는 4·15 총선 이후 여당에 의해 임대차 3법 시행이 본격 거론되면서부터 급속도로 줄고 있다. 2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지난 5월 1만2247건에서 6월 1만144건으로 줄더니 7월에는 6663건을 기록했다. 아직 미반영된 이달 거래량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들어 거래 절벽은 뚜렷하게 감지된다.

하반기 입주를 시작하는 강동구 강일동에 신축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박모 씨(41)는 최근 세입자를 받으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박 씨는 “불가피하게 지방 근무를 가게 돼 세입자를 받을까했는데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워야 한다기에 그냥 집을 비워두기로 결정했다”며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6개월 이내에 전입 신고를 의무로 해야한다는 점도 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오는 9월 입주를 시작하는 고덕동 새 아파트 주인인 유모 씨(46)도 “일단 전세를 놓지 않고 임대차 3법 시행 진행 과정을 지켜보려 한다”며 “그동안 전세가격이 적정가를 찾을 때를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새 아파트 주인들이 공실을 택하는 동안 기존 단지 집주인들은 전셋값 상승을 택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한국감정원 조사 기준으로 지난주까지 56주 연속 상승하며 1년 넘게 단 한주도 쉬지 않고 올랐다. 최근 서울 곳곳에선 전셋값 신고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구축 아파트, 집주인 vs 세입자 갈등 시작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전용면적 84㎡는 이달 보증금 7억5000만원(5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이는 지난달 말 보증금 5억원(5층)에 거래된 것과 견줘 며칠 사이 1억5000만원이 뛴 것이다. 인근 고덕동 ‘고덕아르테온’에서도 전용 59㎡가 지난달 말 7억원(8층)에 새 새입자를 찾았다. 전달 보증금 5억2000만원(7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약 한달새 1억8000만원 급등했다. 최근엔 소형, 중대형 등 대부분 주택형에서 전세 매물이 사라진 상태다.

성동구에선 금호동2가 래미안하이리버 114㎡는 14일 보증금 9억원에 전세 계약서를 써 불과 2주일 전인 3일 7억4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1억6000만원이 올랐다.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 84㎡의 경우도 21일 보증금 8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돼 7일 8억원에 거래된 지 2주일 만에 9000만원이 올랐다.

용강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의 전셋값 호가는 10억원이 넘었다”며 “가격은 오르지, 집주인은 집을 비워달라고 하지 전세를 구하는 사람은 물론 지금 세를 살고 있는 세입자들도 불안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집주인은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근거해 집주인이 계약 종료 6개월~1개월 전 세입자에게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다고 통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묵시적 계약 연장에 관한 조항이기에 신설될 예정인 계약갱신청구권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집주인이 미리 계약 종료 선언을 했다고 해도,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세입자는 계약 갱신을 청구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당정은 집주인을 압박할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갱신 청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지만, 거짓으로 둘러대는 집주인에 대해 법정손해배상청구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세입자는 실거주하지 않는 집주인에 속아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밝히면 손해액은 자동으로 계산되기에 소송 등으로 대응하기 용이해진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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