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복면' 커피리브레, 상하이에 1호점 낸다

입력 2020-07-30 17:49   수정 2020-07-31 02:21

궁금했다. 이렇게 다양한 커피 콩을 만들기 위해 온 정성을 쏟았을 커피 농부들은 누굴까. 그들을 보기 위해 10년 전 무작정 중남미로 떠났다. 산지에서 생두를 직접 사와 로스팅했다. 한국에서는 개인으론 거의 처음이었다. 그 후 과테말라, 니카라과, 인도 등 1년이면 120일 이상을 전 세계의 커피 산지에서 보냈다.

지금은 12개국 100여 개 농장에서 연간 40개 컨테이너, 약 800t의 커피 생두를 들여온다. 이 원두를 로스팅하고 이를 국내 400여 개 카페에 보낸다. 국내 스페셜티 커피업계에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온 ‘파란 복면’의 커피, 서필훈 커피리브레 대표(43·사진)의 이야기다.

커피리브레는 이달 상하이에 중국 1호점을 낸다. 과테말라점에 이은 두 번째 해외 진출이다. 커피리브레는 국내 매장 4개를 운영하며 연매출 112억원(지난해 기준)을 내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성장했다. 니카라과에 56만㎡(17만 평) 규모의 ‘핀카 리브레’ 커피 농장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커피 회사이기도 하다.

커피리브레는 국내 1호 큐그레이더(원두 감별사)인 서 대표가 낡은 술 창고로 쓰던 서울 연남동 작은 골목에서 10년 전 창업한 회사다. 커피 생두 수입과 로스팅 전문으로 시작했다. 8년 전 연남동 동진시장에 1호 카페를 열며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주변에선 “다 망한 시장 골목에 누가 커피를 마시러 오냐”고 말렸다. 지금 동진시장 일대는 연남동 중심 상권 중 하나가 됐다.

커피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노력은 2016년 니카라과의 커피 농장을 사들이며 정점을 찍었다. 거래처였던 농장이 매물로 나왔을 때 사들였다. 해마다 작황 좋은 농장을 찾아다니면 된다는 일반 커피 바이어들은 다들 미쳤다고 했다. “우리 농장에서, 우리만의 품종과 가공 방식을 실험하고 싶었어요. ‘팜 투 컵’에서 진정한 ‘시드 투 컵’을 실현한 셈이죠.”

‘핀카 리브레’ 농장의 게이샤 원두는 올해 수확량이 증가해 싱가포르 유명 스페셜티 커피업체에 납품을 시작했다. 생두 수입업체에서 생두 수출업체로 변신했다.

커피리브레는 영화 ‘나초 리브레’에서 이름과 로고의 영감을 받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멕시코의 한 수도사가 25년간 남몰래 레슬링 선수로 뛰며 번 돈으로 2000명의 아이를 키워낸다는 이야기다. 서 대표는 10년간 전 세계 커피 관련 논문과 관련 뉴스 등을 모아 700건에 가까운 번역 글을 무료로 공유하고 있다. 커피 산지 아이들의 학비와 기숙사비 등을 지원하는 일도 한다. 나초 리브레 속 신부님처럼 그는 커피로 커피 농부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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