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시댁에서 성희롱을 당했습니다"

입력 2020-08-01 08:29   수정 2020-08-03 12:14


"이거 성희롱 맞나요?"

최근 결혼한 30대 여성이 시댁을 방문했다가 어른들로부터 불쾌한 발언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A씨는 결혼식이 끝난 후 시댁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러 가기 위해 남편의 고향으로 향했다.

남편의 본가에는 이미 마을 어른들 20여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마을 이장이란 분이 A 씨 남편에게 "결혼식 날은 얼굴이 보기 좋더니 며칠 동안 밤에 힘들었나? 얼굴살이 쏙 빠졌네"라고 말하며 웃었다.

A 씨는 이 말이 남편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눈치챘다.

저녁 식사를 한 후 마을 어른들 중 할머니들이 자리를 뜨고, 남자 어른들만이 술자리를 이어가기 위해 남편의 집에 머물렀다.

문제의 마을 이장은 A 씨에게 신랑 옆에 앉으라고 하더니 "밤일 열심히 해서 너희 엄마에게 손주 빨리 안겨줘라"라는 말로 시작해 성관계를 뜻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젊은 게 좋다", "지금 한창 좋을 때니 열심히 해라"라고 덧붙였다.

A 씨는 마을 이장 말을 못들은 척 딴청을 피웠다.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한 아주머니께서 A 씨 옆에 오더니 손을 잡아 줬다. 그는 "아저씨들이 놀리려고 하는 말이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려"라고 조언했다.

A 씨는 가뜩이나 낯선 어른들 사이에서 이런 성희롱 성 발언을 들으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발언의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이날이 마침 시아버지의 생신이라 케이크를 준비해 촛불을 켰다. 축하 노래를 부르고 나서 남편이 "초 뺄까요?"라고 했더니, 시아버지는 "남자가 꽂았다가 바로 빼면 어떡하냐. 그냥 빼면 너 양아치 소리 듣는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며칠 후에도 시댁 식구들과의 식사 자리가 있었다. 먼저 자리를 뜨려 하자 시가쪽 사촌 동생이 "너네 하러 가냐?"라고 빈정거렸다. A 씨 남편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상관 말라"고 말했다. 그러자 시아버지는 "나도 늦둥이라도 낳아야 하나?"라고 거들었다.

A 씨는 도저히 참기 힘들었다. 남편에게 속내를 드러내니 "마을 아저씨들은 농담일 뿐이고 삼촌도 술이 과해서 오버한 것"이라며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라며 도리어 A 씨를 나무랐다.

시어머니에게도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자 "어른들이 우리 아들 놀린다고 한 말인데, 그걸 성희롱이라고 받아들이는 네가 이상하다"라고 답했다.

A 씨는 "이 상황은 성희롱에 해당 안 되는 것인가. 제가 기분이 나빴다면 성희롱 아닌가.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건지…자기 식구들이 얼마나 비상식적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A씨는 이혼을 고려 중이라고 귀띔했다.

네티즌들은 "옛날에야 저런 농담 허용됐을지 몰라도, 요즘 시대엔 잘못하면 철창 신세 진다", "시대가 변하면 적응해야 하는 법", "남편도 문제다. 와이프가 불쾌감을 토로하면 사과하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보는 내가 성희롱 당하는 것처럼 기분이 더럽다. 꼭 고소하길 바란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함께 분노했다.

성희롱은 성에 관계된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불쾌감, 굴욕감 등을 주거나 고용상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의 피해를 입히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는 가부장적, 권위주의적, 성차별적인 조직문화에서 발생한 불법 행위다. 성희롱인지 여부가 애매한 언행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느낀다면 행위자에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A 씨가 당한 성희롱에 대해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어떤 생각을 할까.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시가 어른들의 성희롱 이혼사유 되나요?
아내분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성희롱의 경우 형법이나 성폭력 특례법상 강압적인 성폭행이나 신체접촉이 있는 추행의 경우 처벌할 수 있으며 신체적 접촉이 없는 언어나 행동에 의한 성희롱은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 시가 어른들의 성희롱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성희롱의 발언을 여러 사람 앞에서 말했다면 공연성이 인정되어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처벌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SNS상에서의 성희롱 문제가 아주 심각합니다. 그 경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모 연예인을 상대로 온라인 성희롱을 한 남성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단체 대화방에서의 성희롱도 처벌이 가능할까요? 실제로 얼마 전 한 대학교 남학생들이 SNS 단체 대화방에서 여학생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했던 사건도 발생했는데 이 경우도 단체대화방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형사처벌을 받기보다는 학내 경고 같은 가벼운 징계를 받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직장내 성희롱은 제재가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사업주와 상급자, 근로자는 직장 내 성희롱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1998년 서울대 교수가 조교를 성추행 및 성적 언동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연구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면 된다고 말하거나 연구실로 불러 세워놓고 아래위로 몸을 훑어보는 등 이른바 ‘성희롱’에 해당하는 언행을 해서 조교가 교수와 학교장, 해당 대학교가 국립이라 대한민국을 상대로 5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1심에서는 교수에게 3천만 원의 손해배상 지급을 명령했으나 2심에서는 증거가 불충분하고 교수의 행동이 경미하다고 하여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대법원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교수가 조교에게 5백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다. 이 사건 이후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에서 성희롱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했고 1999년에 남녀고용평등법과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대한법률에 성희롱 금지법이 규정되게 되었습니다.

사연에서 시가어른의 성희롱적 발언이나 행동은 성희롱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여자친구랑 여행 1박 2일로 가는 거냐’라고 음흉하게 묻거나 ‘왜 이렇게 피곤해 보여 어제 무슨 동영상이라도 본 거냐’묻는 경우 모두 성희롱에 해당된 사건이 있습니다. 한 여자 팀장이 술자리에서 부하직원들에게 ‘같이 자자’라고 말하는 등 상습 성희롱을 해서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남녀 누구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동성 간의 행위도 마찬가지로 직장 내 성희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아내를 쳐다보는 것’처럼 음란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도 성희롱이 될 수 있을까요? 이론적으로 눈으로 인지할 수 있는 행동을 통해 성적 수치심을 주는 경우 ‘시각적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지만 실제로 재판으로 갈 경우 주관적,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입증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언어적 성희롱은 녹음이나 문자 등을 증거로 확보하면 되고 행동의 경우 영상을 촬영해서 증거를 확보하면 됩니다.

성희롱이 인정되면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직장에 징계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남편이나 시가의 성희롱은 이혼사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이혼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희롱의 사실이 없으면서도 상대를 음해할 목적으로 거짓으로 성희롱을 신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무고죄에 해당합니다.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를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면 무고죄가 성립하고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성희롱을 당하고도 그냥 참는 사람들이 많고 성희롱 피해 신고를 꺼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성희롱 피해 경험자 중 ‘참고 넘어간 경우’가 81.6%라고 하니 정말 심각합니다. 그 이유는 피해를 신고했다가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당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결혼생활에서도 이런 일은 무수히 많이 발생합니다. 가정내 성희롱에 대한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남편이나 아내나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증거’입니다. 증거를 확보하면 실체진실을 밝힐 수 있고 더 이상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법알못 자문단 =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법알못]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피해를 당한 사연을 다양한 독자들과 나누는 코너입니다. 사건의 구체적 사실과 정황 등에 따라 법규정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답변은 일반적인 경우에 대한 변호사 소견으로, 답변과 관련하여 답변 변호사나 사업자의 법률적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갑질이나 각종 범죄 등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고발하고픈 사연이 있다면 jebo@hankyung.com로 보내주세요.

이미나/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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