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월세 상한제에 공급 15%↓…서민들은 교외로 밀려

입력 2020-08-02 17:01   수정 2020-08-03 01:35


미국 샌프란시스코시는 1994년 주택 월세 상한제를 도입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내 다세대주택 공급이 15% 줄었다. 월세 상한제를 적용받는 건물에 거주하는 인구수는 25% 감소했다. 집주인들이 월세 상한제를 적용받는 건물을 허물고 콘도미니엄(아파트) 등 고급 주택을 지었기 때문이다. 결국 저렴한 월세방을 원하는 신혼부부를 비롯한 젊은 층들은 교외로 밀려났다.
임대료 규제 피해자는 저소득층
샌프란시스코, 뉴욕처럼 임대료를 통제한 곳에서는 임대료가 치솟고 도시의 슬럼화가 일어났다. 반대로 주택 임대료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한 국가에서는 주택 공급이 늘고 임대료가 안정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해 임대료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전·월세 인상폭을 5%로 제한하고 계약 기간을 2년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대표적인 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임대차 규제가 주거난을 심화시킨다는 사실은 대부분 경제학 기본서에도 적혀 있는 학계의 컨센서스”라며 “해외 사례에서 증명됐듯 임대료 규제로 인해 한국에서도 세입자의 어려움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9월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1994년 임대료 상한 규제로 샌프란시스코의 주거환경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새로 이사 오면서 신혼부부와 저소득층이 피해를 봤다”고 결론내렸다. 기존 세입자 일부가 혜택을 봤지만 저렴한 월세방이 줄고 새로 입주해오는 신혼부부 등이 높은 월세 부담을 뒤집어쓰면서 전체적인 주거 환경이 악화됐다는 얘기다.

치안 수준을 비롯한 삶의 질도 악화됐다. 샌프란시스코 최악의 우범지역으로 꼽히는 텐더로인 지역은 원래 최고급 호텔과 유명 클럽들이 늘어서 있는 문화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임대료 규제가 도입되자 건물주들은 비싼 유지비를 임대료로 감당할 수 없게 돼 건물을 방치했다. 결국 이 지역은 각종 여행 서적에서 “대낮에도 방문을 권하지 않으며, 특히 스마트폰을 꺼내면 범죄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곳이 됐다.
규제 완화 후 주택 공급 증가
미국 연방정부는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후 임대료 규제를 시행했다가 공급 부족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1973년 관련 규제를 철폐했다. 지방정부 중에서도 26개 주(州)가 임대료 규제를 하지 못하도록 법에 명시하고 있다. 매사추세츠주는 1995년 관련 규제를 뒤늦게 폐지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연구에 따르면 이후 주택을 증축하고 보수하는 등 주거의 질을 높이는 데 들어간 투자액이 20%가량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은 1차 세계대전 때인 1915년 도입했던 임대료 상한제를 1988년 사실상 폐지했다. 영국 글래스고대는 1994년 상한제 폐지 이후 글래스고시와 에든버러시의 임대주택 공급이 늘고 종류도 다양해졌으며, 실질 임대료도 오르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에 영국 정부는 1996년 임대차 의무 계약 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줄였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때 강력한 임대료 규제를 도입한 뒤 관련 규제를 지속적으로 풀었다. 임대료 동결 제도를 1995년 최종 폐지했고, 2000년에는 ‘무한 월세 연장’을 막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너무 강해 세입자를 아예 받지 않겠다는 집주인이 많아서다. 규제가 완화된 이후로 기업들이 임대사업에 뛰어들면서 공급이 급증했다. 특히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주택가격지수는 2000년의 85~90% 선을 오가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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