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씨젠 성공 드라마가 던진 과제

입력 2020-08-02 17:53   수정 2020-08-03 00:19

씨젠의 성장 드라마는 극적이다. 올해로 꼭 설립 20년이 된 이 회사는 병원 등에 연구용 분자진단 시약을 판매하던 연매출 1000억원 안팎의 중소 진단회사였다. 로슈 지멘스 애보트 등 글로벌 진단회사들이 독과점하던 진단시장에서 존재감 없는 그저 그런 회사에 머물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이 회사의 위상을 확 바꿔놨다. 증권가에선 올 상반기에만 매출 3384억원, 영업이익 1960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년 전체 매출 1220억원, 영업이익 224억원을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놀라운 성장세에 씨젠의 시가총액(7월 31일 종가 기준)은 6조8313억원으로 올 들어서만 8배 커졌다.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이어 코스닥시장 시총 2위인 대장주가 됐다.
수출 대표주자 된 K진단키트
씨젠의 성공 스토리는 이미 수없이 여러 언론에서 다뤘을 만큼 조명받았다. 오랜 기간 축적한 기술력, 국내에 코로나가19가 확산되기 전부터 개발에 착수한 기민한 대응,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발 속도전 등이 그것이다. 이 덕분에 국내 코로나19 진단검사 시장의 절반 이상을 가져갔고 수출국만 70여 개국에 이를 정도로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는다. 물론 씨젠뿐만이 아니다. 수젠텍 오상헬스케어 솔젠트 피씨엘 등도 코로나19 진단키트로 극적인 성장세를 타고 있다.

K진단키트의 성공에는 중국산에 대한 불신도 한몫했다. 한국보다 더 빨리 만들고도 정확도가 떨어지는 바람에 외면당했다. 분자진단시약이 돈 되는 비즈니스가 아니었던 것도 역설적으론 우리에겐 기회였다. 평소 실험실 등에서 필요할 때 만들어 쓰는 게 일반적이다 보니 미국 유럽 등에선 대규모 생산이 어려웠다. 그나마 대량 생산체제를 갖춘 곳이 씨젠 등 국내 기업들이었다. 기존 진단시약의 생산단가를 낮추려고 생산시설을 갖춰둔 것이 운 좋게 대박을 가져다준 것이다.

K진단키트는 한국 수출 지도까지 바꾸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보건산업 수출액은 17억5700만달러였다. 이 가운데 진단제품 수출이 7억3000만달러였다. 수출 비중이 40%를 웃돈다. K진단키트 덕분에 보건산업이 국내 대표 수출 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기존 수출 주력 산업이던 석유제품(16억달러), 선박(14억달러), 디스플레이(13억달러)를 앞질렀다.
제 살 깎기식 경쟁 자제해야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앞으로도 3~4년 이상 지속되거나 계절병이 된 독감처럼 해마다 찾아오는 바이러스 질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들에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K진단키트의 전성기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치료제나 백신 등과 달리 기술장벽이 높지 않아서다. 국내에서만 진단키트 허가를 받은 업체가 70곳이 넘을 정도다. 로슈 지멘스 등 글로벌기업들이 이 시장에 본격 뛰어든 것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한때 부르는 게 값이었던 진단키트 제품 가격도 급락세다. 3, 4월까지 개당 30달러에 달했던 제품가는 최근 2~3달러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국내 업체들끼리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을 벌이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거래처를 가로채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우리 스스로가 시장의 물을 흐리고 있는 셈이다. 눈앞의 이익 때문에 모처럼 찾아온 국내 진단산업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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