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개사 시험선 임대료 규제 부작용 크다더니

입력 2020-08-03 17:54   수정 2020-08-04 09:29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공인중개사 시험 ‘부동산학 개론’ 과목 5번. “임대 관련 제도에 대한 설명 중 틀린 것은?”이라는 문제에서 ‘⑤ 임대료 상한제를 실시하면 저소득층 임차인들의 주거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답지를 선택하면 오답을 고른 것이 된다. 해당 내용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부동산학 개론’ 과목 9번 문제. “임대주택 정책에 대한 설명으로 틀린 것은?”이라는 질문에는 ‘② 임대료 상한제는 임대주택의 공급과잉 현상을 초래한다’는 답을 골라야 정답으로 처리된다. 임대료 상한제는 공급 부족 현상을 초래해서다. 2018년 같은 과목 22번으로는 ‘주거복지정책에 대한 설명으로 틀린 것은?’이라는 문제에서 ‘③임대료 상한제를 실시하면 민간주택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는 답을 찍으면 감점됐다. 해당 지문이 사실이라서다.

정부 주관 공개중개사 시험에선 임대료 규제에 관한 문제가 이처럼 자주 나온다. 지금까지의 정답은 ‘임대료 규제는 공급 부족을 초래하고, 임차인들의 주거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였다.

정부 시험에서 이 같은 문제와 답이 나오는 것은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생각하고, 그리고 대다수 경제학 교과서에 그렇게 쓰여 있기 때문이다. “주택 임대료 규제는 주택의 수량과 품질의 저하를 가져온다”는 문장에 미국 경제학자의 93%, 한국 경제학자의 87%가 동의했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15년간 노벨 경제학상 심사위원장을 지냈던 아사르 린드벡 스웨덴 스톡홀름대 교수는 “임대료 규제는 전쟁을 빼면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까지 했다.

경제학자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미 수십 차례의 실증분석과 사례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월세 상한제를 시행한 뒤 주택 공급이 15% 급감했다. 건설투자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텐더로인 지역은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들이 사랑했던 문화의 중심지에서 우범 지대로 전락했다. 규제 이후 빈 건물이 늘면서 지역이 슬럼화돼서다.

그런데도 각국 정치권에서는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하거나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규제를 시행하면 혜택을 보는 기존 세입자들의 표를 확실히 얻을 수 있는 반면, 피해는 다음 정권 때나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은 임대료 규제 도입을 비교적 잘 막고 있던 나라다.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에서도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료 규제는 도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시인하지 않고 자본주의 경제학 책에는 없는 길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제 앞으로 나오는 공인중개사 시험에는 정답이 달라져야 하는가. 정권이 바뀌면 ‘임대료 규제는 공급을 증가시킨다’는 오답을 택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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