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현산에 최후통첩…美 '몽고메리 워드'까지 거론

입력 2020-08-03 17:43   수정 2020-08-03 17:45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불발 시 모든 책임이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에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투자 판단을 잘못해 파산한 미국 체인점 업체 '몽고메리 워드' 사례를 거론하며 현산에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는 압박도 가했다.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산에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보냈다. 골자는 진정성 없는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가 과도하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고 인수 무산 시 책임을 현산이 전적으로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계약 무산의 법적 책임은 현산에 있다"며 "현산이 계약금 반환 소송은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지난달 러시아를 끝으로 해외 기업결합신고가 끝나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 요건이 충족된 만큼 인수 계약을 마무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현산 측의 자료 요구 등에 충실히 응했기에 현산이 요구하는 12주간의 재실사는 필요 없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다.

현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자 지난해 12월 계약 당시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진 점 등을 거론하며 재실사를 요구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수 환경이 달라진 점은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후 충분히 논의하면 될 문제라며 채권단은 맞섰다.

수차례의 대면 협상 요구에 현산이 한차례도 응하지 않자 채권단은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간담회에서 "수많은 인수·합병(M&A)을 경험했지만, 당사자 면담 자체가 조건인 경우는 처음"이라며 날을 세웠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면 코로나19 상황에서 다른 인수 주체가 마땅하지 않은 점은 채권단의 고민거리다. 이에 채권단은 현산을 강하게 압박하면서도 인수 성사를 위한 희망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회장이 간담회에서 미국 리테일 업체 몽고메리 워드와 시어스를 거론한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볼 수 있다.

이 회장은 "1945년 미국의 리테일 산업에서 몽고메리 워드와 시어스의 운명을 갈라놓은 사건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며 "두 회사가 어떤 판단을 해서 한 회사(몽고메리 워드)는 쇠락의 길을, 다른 회사(시어스)는 이후 30∼40년간 전 세계 리테일을 평정하는 대기업으로 거듭났는지를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몽고메리 워드를 거론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어려움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는 판단은 현산의 미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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