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와중에 메시지는 하나 던졌다. 민주당과 현 정부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자칭 ‘개혁’을 얼마나 별러왔는가 하는 점이다. 행정수도 이전 주장부터 전국을 들쑤셔놓은 ‘임대차 3법’, 다시 추진하는 각종 기업규제법과 노동관계법 개정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선 행정수도 이전 주장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정치를 그렇게 얄팍하게 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오랜 숙제”라고 했다.
지금 세계 주요국과 기업들은 ‘인더스트리 4.0’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류가 익히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기술융합 시대가 열리고,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고, 모빌리티 혁명에 바이오 혁명이 불붙고 있다. 어디서나 ‘초연결’을 얘기하고, 가상과 현실세계가 서로 경쟁하고, 기업은 초격차를 만들어 생존의 길을 찾는다. 여기에선 물리적 공간과 거리의 개념보다 온라인과 가상세계의 경쟁력과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전통적인 지역 단위 사고는 케케묵은 옛날식 사고일 뿐이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일부 정보기술(IT) 대기업만 좋은 실적을 올리는 현상을 바라볼 때도 그런 식의 도그마는 경계해야 한다.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나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나홀로 성장’을 이어간다면 이들의 시장지배력 확대와 독점 문제를 걸고넘어질 텐가, 아니면 경제 전반의 위기 극복 견인차가 되도록 박수쳐줄 것인가. 미국의 경우 하원이 최근 GAFA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청문회에 불러 독점 문제만 집요하게 따졌다.
이런 ‘수도권 집중’ 문제는 가벼이 넘길 일도 아니지만 자연스런 시장의 수요와 요구를 정부가 틀어막고 통제하는 것도 좋은 대안은 아니다. 우선 지방의 혁신생태계를 잘 구축해 혁신기업들이 몰려오도록 해야 한다. 지역 인재와 지역 출신 기업가들을 중심으로 쾌적한 정주(定住) 환경과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수다. 이런 게 지역균형발전의 바람직한 경로다. 갑작스런 ‘행정수도 이전’ 주장은 여기에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서울 강남 집값을 잡으려고 발표했다는 비판까지 들어서는 균형발전도, 수도 기능 확대도 모두 놓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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