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다채로운 현대미술 '여름 쇼'

입력 2020-08-04 17:33   수정 2020-08-06 18:19


색색의 물감을 물에 떨어뜨린 듯 색의 띠들이 꾸불꾸불 펼쳐져 있다. 끝없이 펼쳐진 색의 능선 같기도 하고, 형형색색의 보석을 잘라 놓은 단면 같기도 하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추상회화 작가 베르나르 프리츠(71)의 2013년 작품 ‘Polji’. 가로·세로 2m의 대작인데 물끄러미 보고 있노라면 색의 마법에 빠져드는 듯하다.

지난해 프랑스 퐁피두센터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어 주목받은 프리츠는 이처럼 관습적인 채색법을 버리고 끝나지 않을 듯이 배열된 자기만의 독특한 추상화를 만들어 낸다. 그는 먼저 규칙과 질서를 정하고, 그에 따라 작업을 전개한다. 크기가 다른 붓을 한데 묶거나 크고 작은 붓을 롤러에 연결한 도구를 만들어 작업하기도 한다.

프리츠를 비롯해 박서보 김홍주 정광호와 진 마이어슨, 페터 짐머만, 필립 코네 등 현대 작가 7명의 다채로운 작업을 보여주는 전시가 부산 달맞이고개에 있는 조현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Summer Show’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작가마다 독특한 작품 세계가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형성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꽃 그림 연작을 선보여온 김홍주(64)는 배경을 과감히 생략하고 꽃잎이나 나뭇잎 하나만을 화면에 가득 담아낸다. 사물의 외형적 특징을 묘사하기보다 무수한 획의 반복을 통해 사물의 본질에 접근한다.

정광호(61)는 조각을 부정함으로써 조각임을 증명하는 역설의 작가다. 조각의 특징인 무게감, 양감 등을 제거하고 가느다란 구리선으로 형상을 만들어 낸다. 잎맥을 따라 펼쳐진 나뭇잎, 깨진 금을 따라 빚은 항아리 등 구리선으로 만든 그의 작품은 모두 껍질이나 표면의 극히 일부만으로 형상을 빚어낸다. 전시장에 놓인 가로·세로 130㎝, 높이 125㎝의 ‘The Pot’은 달항아리를 연상케 하는 조형물이다. 벽에 걸린 ‘The Flower 89205’는 얼핏 보면 회화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구리선으로 4개의 꽃잎과 그 안의 격자무늬를 촘촘하고 세밀하게 엮어 놓은 입체 작품이다.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회화 작업으로 주목받아온 진 마이어슨(48)은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BROADCRE’(2013~2014)는 집들이 밀집한 도시 풍경을 컴퓨터그래픽으로 변형시켜 실제와 가공의 경계를 흐릿하게 해 놓은 작품이다. 이를 통해 그는 실제 장소의 정체성을 흐리거나 해체하는 대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페터 짐머만(64)은 1990년대 초반부터 에폭시와 물감을 섞어 작업해온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그는 에폭시와 섞은 물감을 캔버스에 부어서 굳힌 다음 템플릿을 떼어내 작품을 완성한다. 안료와 물감을 섞어 그린 후 그 위에 두꺼운 플라스틱을 덮고 다리미로 가열해 이미 그려진 형태를 뭉개 버림으로써 일그러지고 소멸해 가는 시간성을 표현한 프랑스 신구상주의의 대표 작가 필립 코네(63)의 작품도 시선을 끈다. 전시는 이달 30일까지.

부산=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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