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쌀 이야기

입력 2020-08-04 17:34   수정 2020-08-05 08:08

쌀밥이 가끔씩 외면받는다. 친구들과 만나 식사를 하면 대부분 한두 숟갈씩 밥을 남긴다. 건강을 생각해서다. 탄수화물 과다 섭취는 복부 비만 등 성인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진다. 건강에 민감한 세태에 따라 쌀밥을 더 멀리하는 것 같다. 아이들도 햄버거나 피자를 밥 대신 잘 먹는다. “한국인은 역시 밥심이야”라고 밥상머리에서 듣던 말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쌀을 세는 단위 중 ‘섬’이라는 용어가 있다. 쌀 생산량 표시에 t, ㎏ 단위와 함께 사용됐다. 한 섬은 껍질을 벗긴 쌀 144㎏을 말한다. 과거 우리는 1년에 1인당 쌀 한 섬을 소비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59㎏이다. 한 섬을 먹던 시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의 2020년 전망에 따르면, 쌀을 포함한 곡물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대신 식생활 변화로 육류와 수입과일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봉밥의 미학’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고봉밥은 그릇에 수북하게 담은 밥을 말한다. 과거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 주인이 일꾼에게 고봉밥을 줬다는 이야기다. 일꾼이 농사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 했다. 당시엔 “밥 한 그릇 더 주세요”라고 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고봉밥은 일꾼의 자존심을 생각한 배려였다. 그런 마음 씀씀이가 함께 사는 지혜였으리라. 이렇듯 밥은 우리 민족 정서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많은 농산물을 수입한다. 소비하는 식량의 50% 정도만 국내에서 생산하고 나머지는 수입한다. 쌀만은 자급이 가능하다. 쌀은 국제교역 질서에 따라 일정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고 그 외엔 모두 국내에서 생산한다. 지금까지 쌀 생산정책은 굳건히 시행돼 왔다. 한때는 논이 ‘절대농지’라는 이름으로 관리돼 왔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의 ‘절대반지’ 정도로 생각되던 시기가 있었다.

요즘 신규 착수는 없어졌지만 1990년대까지는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드는 간척이 서해안 여러 곳에서 진행됐다. 새만금, 시화호 간척 등이다. 새만금은 개발 면적이 409㎢로 서울 면적의 3분의 2 정도 규모다. 지금은 전체 국토계획에 따라 산업단지 등으로 단계적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처음에는 쌀 생산 목적으로 시작됐다.

쌀과 관련된 많은 일이 떠오른다. 혼분식 장려, 쌀 막걸리 금지, 골프장 조성에 논 제공 제외, 최근의 쌀 소비 권장 등. “쌀 떨어질 즈음의 불안… 쌀을 쌓아 놓고 보는 뿌듯함”이라는 어르신 말씀도 생생하다. 쌀은 우리 자연의 모습이기도 하다. 여름에는 논의 푸르름이 끝이 없고 가을에는 황금빛 들녘이 펼쳐진다. 올해도 가을 들판이 우리에게 풍요로움과 넉넉함을 선사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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