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금을 투자상품으로 옮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분석에 의하면 2019년 한 해 동안 연금저축을 다른 금융회사로 이체한 경우가 4만669건이었고, 금액은 약 9400억원이었다고 한다. 같은 기간 연금저축 펀드는 19.1% 늘었으나, 연금저축 보험과 신탁은 각각 5.2%와 1.3% 증가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금저축 보험이나 신탁에서 연금저축 펀드로 이동한 사람이 많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렇듯 연금에서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기준금리가 0%대인 초저금리 상황에서 지금까지처럼 금리형 상품만 고집한다면 노후자금 마련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투자를 처음 시작할 때는 몇 가지 꼭 알아둬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이 실제 투자수익률인지는 간단한 계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내 투자 원금이 100만원이었다면 첫해 투자 후 내 돈은 50만원[=100만원×(1-50%)]이 돼 있을 것이다. 두 번째 해에 이 50만원으로 100%의 수익을 얻었다고 가정하면 그 돈은 다시 100만원[=50만원×(1+100%)]이 될 것이다. 즉 수익률은 0%이며, 이것은 기하평균과 일치한다.
투자수익률이 기하평균을 따른다는 것은 장기 투자 시 이익을 많이 내는 것보다 손실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반 토막 난 자산을 복구하려면 100%의 수익률을 내야 한다. 이게 쉬울 리가 없다. 애초에 손실이 크게 나는 상황 자체를 막아야 한다.
투자를 하면서 인간의 비합리적인 성향을 극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투자자들은 자동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매월 일정액이 자동으로 연금계좌에 이체돼 펀드 투자가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설정해 놓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신이 수시로 투자 의사결정을 하는 것에 비해 비합리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줄어든다. 물론 그렇다고 그 이후 투자에 대해 완전히 신경을 끊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주기를 정해놓고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은 필요하다.
국내 주식에만 투자했을 때와 해외 선진국 주식에도 분산 투자했을 경우의 변동성 변화를 비교해 보면, 10년을 투자할 때 글로벌 분산 투자로 인해 변동성이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윤치선 <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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