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알리츠 공모에서 드러난 기관 뻥튀기 사전청약 '민낯'

입력 2020-08-06 17:03   수정 2020-08-07 02:11

“기관 청약의 경우 18.48 대 1의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참여 기관의 실제 납입 능력 등을 고려해 전체 배정 물량 4900만 주 중 2900만 주(59%)만 배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7일 상장을 앞둔 제이알글로벌리츠 증권발행실적보고서에 실린 내용이다. 기관을 대상으로 주당 5000원에 주식을 공모(수요예측)한 결과 4조원대 희망 물량이 몰렸지만, 뜯어보니 이들이 4900만 주의 값(2450억원)을 모두 지불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확인했다는 대표주관사의 고백이다.

개인과 달리 증거금 납입 의무가 없는 기관의 ‘허수’ 청약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공모시장의 급격한 냉각과 더불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기관 다수가 작년과 비슷한 인기를 기대하고 매수 가능 물량의 수십 배 이상을 써냈다가 감당할 수 없는 물량을 배정받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지난해 상장한 롯데리츠와 NH프라임리츠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각각 63 대 1과 318 대 1에 달하는 인기를 끌었다.

기관의 허수 청약은 증거금 납입 의무 면제를 이용해 인기 주식을 많이 확보하려는 불공정 행위다.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제9조(주식의 배정) 4항 4호를 보면 ‘주금 납입 능력을 초과하는 물량 제시 등 수요예측 때 제시한 희망 물량과 가격의 진실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자’에겐 주식을 배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증권사들이 공모주 흥행을 위해 불공정 행위를 부추기거나 최소 묵인해왔다는 게 기업공개(IPO) 시장 참여자들의 설명이다. 기관 참여가 많을수록 비싼 공모가액을 확정할 수 있고 상장 후 주가도 좋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기 때문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 공동대표주관사인 KB증권과 메리츠증권은 결국 기관이 포기한 약 1000억원어치 물량 인수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리츠 흥행 부진에 놀란 기관들은 다시 수요예측 참여 때 거품을 빼고 있다. 이달 말 상장 예정인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는 수요예측 경쟁률이 6 대 1에 그쳤다고 지난 4일 밝혔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기관의 허수 청약이 실제로 물량을 받으려는 수요가 있는 기관의 IPO 시장 참여를 막고 개인투자자들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며 “새내기 리츠의 신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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