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의원입법, 규제영향평가 필요하다

입력 2020-08-06 17:33   수정 2020-08-07 00:08

‘임대차 3법 개정’을 두고 설전이 뜨겁다. 찬성 측은 ‘전세 난민론’을 말한다. ‘2년마다 계약이 돌아오는 전세 난민의 심정을 아나?’ 하는 것이다. 전셋값 증액 상한을 정해 임대인 우위였던 임대차 시장에서 임차인의 권리를 찾아주고, 전·월세 가격도 잡겠다는 국회발 입법안이다.

반대 측 논리는 ‘전세 대란’이다. 임대차 3법으로 전·월세 증액 상한(5%)을 정하자 하니 ‘미리’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 임대 계약기간(2년+2년)도 강제 연장되니, 이제는 규제의 피해자(?)인 임대인이 전세를 월세로 바꾸려 하고, 세를 놓지 않고 시장에서 나갈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선의로 시작한 정책이 왜곡에 왜곡을 낳아 정책수혜자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논리다.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다. 특히 부동산이나 유통 시장은 수요·공급 메커니즘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유인체계, 이로 인한 외부 효과와 전통적인 특수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시행 이전에 비슷한 모형을 만들어 정책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기도 한다. 다만 더 오랫동안 정책시차를 두게 되면 더 많은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전격 시행한 면도 없지 않다.

지적하고 싶은 점은 법과 제도를 새롭게 바꿀 때 거쳐야 하는 ‘프로세스’에 관한 문제다. 정부입법은 소요기간이 5개월에서 많게는 1년까지도 걸린다. 입법안 작성 외에도 입법 예고, 규제영향 평가, 법제처 심사, 차관 회의, 국무회의, 대통령 결재까지 7단계를 거친다. 규제심사 단계에서 철회 권고를 받으면 더 이상 입법절차를 밟지 못하는 경우도 나온다.

반면 의원입법은 빠르면 보름에도 가능하다. 법안 작성 후 동료 의원 10명에게 도장만 받으면 그걸로 끝이다. 규제영향평가 등은 생략된다. 절차가 간단하다 보니 최근 정부입법보다 의원입법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정부가 국회의원에게 부탁하는 우회 입법도 늘고 있다. 실제로 회기를 거듭할수록 의원입법 수가 급증하고 있다. 17대 국회(2004~2008년)만 해도 의원입법은 5728건으로 정부입법의 5.2배였다. 이 수치가 18대 국회에서는 6.6배, 19대에서는 14.1배까지 치솟았다. 20대 국회(2016~2020년)에서는 의원입법이 정부입법의 19.7배를 기록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일명 타다금지법)도 그렇게 탄생했다. 혁신 모빌리티 업계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주고, 이용자의 편익도 계산해 보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규제영향평가란 제도적 뒷받침으로 말이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월 2회 휴무)도 그렇게 진행됐다. 대형마트가 ‘유통공룡’이 돼서 전통시장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했지만 유통의 승자는 플랫폼에 기반을 둔 ‘온라인 쇼핑’에 돌아가고 있다.

물론 입법이 이뤄지려면 각 상임위원회 내 소위원회가 구성돼 담당부처 실무자와 열띤 공방도 펼치고 상임위 전체회의도 열린다. 이어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본회의 표결 등 심의절차도 거친다. 일부에서는 의원입법을 심의하게 되면 ‘입법권 침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 영국처럼 국회 내 별도의 규제심의기구를 두고 심도 있는 영향 평가를 하지는 않는다.

법이나 제도가 바뀌면 이해관계자 모두 새로운 셈을 해야 한다. 과거의 편익이 비용이 될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국회에서 법조문 글자를 바꾸면, 정부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더 많이 바뀐다. 가이드라인, 유권해석문은 수십 장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는 휴폐업의 수준까지 몰리는 경우도 있다. 규제영향평가가 필요한 이유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기업, 국민 모두 힘든 시기다. 신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진입을 보다 자유롭게 하고 소비자의 편익이 증대되는 방향으로 법이나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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