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번엔 상장사 '따로 더' 규제…'경제통'이라는 의원이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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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06 17:17   수정 2020-08-07 13:46

與, 이번엔 상장사 '따로 더' 규제…'경제통'이라는 의원이 앞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내 2300여 개 상장회사를 별도로 규제하는 법안을 내놨다.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고 투기자본의 경영 압박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6일 이런 내용의 ‘상장회사에 관한 특례법’을 발의했다. 상장회사법은 △자기주식 처분 시 소각 등으로 제한 △최대주주·특수관계인 관련 기업 합병 시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인수합병(M&A) 시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등이 핵심 내용이다.

이 의원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분산돼 있는 상장회사 관련 규정을 통합해 별도 법률을 제정하기로 한 것”이라며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해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도 상장회사를 별도 규제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입법 필요성에 대한 여당 내 공감대가 형성돼 21대 국회에서 상장회사법 제정안의 통과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상장사 별도 규제법안 발의…'경영의 자유' 침해 논란
합병 때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의무공개매수제 재도입 등 추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내 상장사만을 별도로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해 과잉 입법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내 대표적 ‘경제통’인 이용우 의원(사진)은 6일 ‘상장회사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상장회사법)’을 발의했다. 이 법은 합병이나 자사주 처분 등에 있어 최대주주 등의 주요 경영상 의사결정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수준보다 더 강화된 규제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선택권을 외면하고 최대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며 “상장기업을 공기업으로 만들려는 수준의 발상”이라고 말했다.
대주주 규제 총망라
이 의원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주주는 모두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하고, 경영자에 대한 철저한 견제와 감시 체제가 갖춰져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상장회사법은 대주주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이 총망라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정안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과 관련된 기업의 합병 시 최대주주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상법 368조에서도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제정안은 개인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기업 경영을 위한 주요 결정마저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을 명문화해 재산권 침해 등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자사주 처분 시 조건을 제한한 규정에 대해서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된다. 제정안은 상장사가 자기주식 처분 시 △소각 △주주에게 주식 수에 따른 균등 배분 △증권시장 내 처분 △임직원 상여금으로 자기주식 교부 등으로 처분 조건을 한정했다. 상법에도 자기주식 처분 관련 조항(342조)이 있긴 하지만 별도의 처분 방법을 제한하진 않고 있다.

이 의원은 ‘주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이런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대주주와 소액주주, 경영자 간 정보 불균형은 한국 증시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폐지된 규제도 부활
법안에는 의무공개매수제를 20년 만에 부활시키는 내용도 담겼다. 의무공개매수제는 기업 주식을 매입해 지배력을 가질 때 특정 비율만큼 공개매수를 강제화한 제도다. 국내에서는 1997년 증권거래법에 도입됐다가 이듬해 기업 구조조정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1년 만에 폐지됐다. 제정안은 지분을 25% 이상 취득하면 공개매수로 50%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의원 측은 통상 지배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 고가로 인수되기 때문에 공개매수를 통해 소액주주 보유 주식도 같은 가격으로 매수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지주회사 자회사 지분율 상향(상장사 30%·비상장사 50%)을 추진하는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충돌 가능성이 있다. 또 50% 이상 지분 취득 시 과점 주주로 간주돼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없다.

현재 이사회 결정으로 가능한 중요 자산 양수·양도 결정을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 한 것도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표 조항으로 꼽힌다. 경제 관련 법을 위반했을 때 형 집행 후 2년이 지나지 않으면 임원을 맡지 못하게 한 것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다.

이 의원은 “상장회사와 관련한 법 조항이 상법과 자본시장법으로 나뉘어 있어 제대로 된 법체계를 갖추지 못한 실정”이라며 상장회사법 제정 당위성을 강조했다. 일본(회사법), 독일(주식법) 등 선진국처럼 상장회사를 위한 별도 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재계나 학계에서도 상장회사법 자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상장회사 관련 법 소관 부처가 나뉘어 있어 기업들도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 의원의 제정안은 법률 재정비를 빌미로 규제를 강화해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20대 때 법안 재탕?
일각에서는 여당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상법 개정을 통해 추진했지만 좌절된 내용을 대거 담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자기주식 처분 시 소각 등으로 제한한 내용은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이 20대 때 발의한 상법 개정안 내용이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 분할한 회사 자사주에 신주 배정을 금지한 내용은 박용진 민주당 의원 안에 담긴 내용이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20대 때 야당과 재계 반대로 상법 개정안이 무산되자 우회적으로 별도 법을 짜깁기해 만드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기업 사정을 잘 안다고 평가받는 이 의원마저 규제 일변도의 법안을 내놓은 것에 실망감이 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지역구인 경기 고양정에 출마해 국회에 처음 입성한 이 의원은 카카오뱅크 대표를 지낸 여당 내 경제통으로 꼽힌다.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 동원증권 상무, 한국투자신탁운용 전무 등을 지내 경제 현안과 기업 사정에 밝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의원은 그러나 “제정안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며 “오랜 시간 필요성을 절감하고 구상해온 법안”이라고 반박했다.

조미현/이동훈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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