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0 넘은 나스닥, 어떻게 대응할까…월가 구루의 조언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0-08-07 10:03   수정 2020-11-05 00:02


뉴욕 증시의 나스닥 지수가 6일(현지시간) 사상 최초로 1만1000선에 안착했습니다.

나스닥 지수는 109.67포인트(1.00%) 상승한 11,108.07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종가 기준으로는 처음 1만1000포인트를 넘어선 겁니다.

지난 6월10일 1만고지에 오른 뒤 40거래일 만에 거둔 성적입니다. 1000포인트가 오르는 데 걸린 날도 1999년 3000에서 4000으로 넘어갈 때 소요된 38거래일 이후 가장 짧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속에 미국 경제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경기의 'V자' 반등 기대는 어느새 사라졌고 이제는 미 행정부의 추가 부양책, 그리고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만 남아있습니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신규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전주보다 25만건 감소한 119만건으로 집계돼 예상(140만건대)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이에 투자자들은 매수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한주에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100만건이 넘는 건 코로나19 이전에는 없었던 일입니다. 이전 최고치는 1982년 10월의 69만5000건, 2위는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의 66만5000건이었습니다.

뉴욕 증시의 상승 속도는 현기증이 납니다. 나스닥은 지난 3월23일 6860.67을 저점으로 이날까지 61.9% 올랐습니다. 닷컴버블 직전인 1999년 방불케합니다. 시장을 이끌어온 기술주들은 이날도 폭등했습니다.

페이스북이 6.5%, 애플이 3.5%, 마이크로소프트가 1.6% 각각 상승했습니다. 애플은 이제 시가총액 2조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역시 미 중앙은행(Fed)이 무제한 지원에 나서면서 돈을 찍어내고 있는 게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힙니다. 최후의 보루인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주식까지 사들일 것이란 게 월가의 예상입니다. 미 행정부가 국채를 아무리 찍어내도 국채 금리가 계속 내려가고 있는 게 현 상황을 대변합니다.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연 0.5%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 여파로 달러가 흔들리고 금값이 치솟고 있지만, Fed를 믿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여전히 미 국채를 매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방송 CNBC의 유명 주식평론가인 짐 크레이머는 지난 5일 현 장세에 대해 "미국 증시가 아무 것도 모르는 매수자들 탓에 멍청하게 오르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는 열성적 매수자들의 힘을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상승세이지만, 쉽게 내릴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일 겁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해야할까요?

이럴 때일수록 단기적으로 보기보다는 중장기적 투자원칙을 갖고 시장에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6월말 투자은행 UBS의 마이크 라이언 미국 시장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글로벌자산관리 부문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월가 투자자들에게 '내가 배운 교훈들' 이라는 편지를 남겼습니다. 지난 36년간 월가에서 일하면서 시장에서 배운 것을 차분히 정리한 글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배운 교훈은 '보편적 진리'는 아니겠지만 몇 가지 유용성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그 글을 옮깁니다.



① 시장은 나보다 똑똑하다

시장은 본질적으로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의 대규모 집합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다양한 수준의 자본과 동기, 매매기술, 정보, 테크놀로지와 윤리 기준을 갖고 있다. 그들은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요인을 분석하고 위험과 수익률에 대한 기대를 바꾸어나간다. 그리고 이는 시장 가격에 영향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배운 첫 번째이면서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투자 전문가로서 항상 겸손해야하며, 결코 내가 시장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시장이 항상 맞다는 것은 아니다. 시장 참여자들도 각각의 제한을 갖고 있다. 기술적 어려움부터 잘못된 데이터와 알고리즘, 자본의 한계,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오만과 탐욕, 두려움과 질투의 감정까지 다양하다.

'시장을 압도하려는 노력'이 긍정적 효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변동성이 높을 때 펀더멘털의 중요한 변화 요인을 파악하고 절제를 유지하며, 좀 더 장기적 투자계획에 집중한다면 시간이 흘렀을 때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경향이 있었다.

② 사람들은 합리적이지 않다. 그게 정상이다.

경제학자들은 모델을 구축할 때 단순화된 가정을 만든다. 가장 중요한 가정은 개인이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개념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이런 '경제학적 인간' 개념은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의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은 이런 개념을 거부한다. 행동경제학에서 보듯 사람들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그냥 그게 정상적이다.

이 말은 개인이 어떤 일에 직면했을 때 완벽하게 합리적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일에서는 완전히 비이성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행동경제학은 금융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고 우리 속의 악마를 정복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모두가 불확실성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시장에는 비교적 예측가능한 바이어스(bias)들이 쉽사리 나타난다. 이런 경향에 대해 이해한다면 그런 바이어스가 나타날 때 그에 저항하고 과민 반응을 하지 않을 수 있다.

③ 변화는 항상 예상보다 빠르게 발생한다.

역사는 인류가 변화의 급진적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허둥댄 사례로 채워져 있다. 1899년 찰스 듀얼 미 특허청장이 "발명할 수 있는 모든 건 이미 발명됐다'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이 말은 엄청난 변화가 발생할 때 얼마나 인간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지 보여준다. 심지어 미래학 서적이나 공상과학영화도 변화가 얼마나 빠를지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인간이 과거부터 현재, 미래를 평형하게 생각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현상의 확장을 기반으로 변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머신러닝부터 생명공학, 사회적 변화에 이르기까지 변화는 임의적이고 기하급수적인 방식으로 발생한다. 즉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의 순간도 통상 처음엔 눈에 띄지 않다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확대돼 예측불가능할 정도가 되어버린다.

이를 현재의 디지털 혁명에 대입해보자. 지금의 정보와 아이디어 공유를 위한 물리적 장벽이 사라지는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향후 투자결정에 있어 항상 새로운 생각에 마음을 열고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

④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


지난 30여년간 배운 것은 배우면 배울 수록 지적 한계를 깨닫게된다는 것이다.
인식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깨닫는 건 슬픈 일이지만, 그보다 나쁜 건 실제로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20년 전 코넬대의 사회심리학자인 저스틴 크루거와 데이비드 더닝은 논문 'Unskilled and Unaware of It: How Difficulties in Recognizing One's Own Incompetence Lead to Inflated Self-Assessments'을 통해 무능한 사람들이 자신의 실제 능력을 지속적으로 과대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더닝-크루거 효과'로 불리는 이 현상은 어떤 일에 대해 모자란 지식을 가진 이들은 그들이 모른다는 걸 깨달을 만큼 충분히 모르기 때문에 이중으로 고통받는다는 것이다.

투자전문가로서 능력과 지식에 대한 한계를 깨닫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만 우리가 실제로 가진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⑤ 인간은 진보적인 종이다.

몇 년 전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책을 읽었다. 맷 리들리가 지은 ?이성적 낙관주의자?(The Rational Optimist)이다. 나는 다양한 주제의 많은 책을 읽어왔지만 내 철학적 전망에 대해 그렇게 큰 영향을 준 책은 많지 않았다.

'이성적 낙관주의자'는 인간이라는 종의 진보적 성격을 해부한다.

리들리는 세 가지 요소가 인간의 진보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 가지는 ⑴축적된 지식 ⑵기능의 전문화 ⑶사회적 상호작용이다. 그가 발견한 것은 인간은 과거 침체와 공황을 겪어왔지만 긴 역사를 볼 때 이를 (몇 년마다 꼭 겪게된다는) 법칙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세 가지 요소가 계속 상호작용을 하면서 역사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통상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보려한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고통스런 반면 이미 겪어온 과거는 편안하게 느껴져서다. 하지만 리들리의 발견은 이런 인간의 경향이 잘못됐다고 반박한다.

리들리는 지금의 우리의 삶은 과거 100년, 50년, 아니 25년 전보다 모든 점에서 진보했으며 향후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투자자로서 이런 진보의 궤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건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본능은 미래를 두렵게 보지만 이런 진보의 궤도를 통해 미래가 주는 기회를 인식함으로써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라이언 CIO의 편지를 어떻게 보십니까.

그가 말한 것처럼 오늘 내일의 증시 상황에 매달려 불안해하기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좀 더 긴 안목으로 증시와 인간 사회를 바라보면 어떨까요.

김현석 논설위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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