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이름에 담긴 북두칠성과 서정진의 꿈 [너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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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08 08:00   수정 2020-08-08 13:37

'셀트리온' 이름에 담긴 북두칠성과 서정진의 꿈 [너의 이름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대유행)으로 각국이 백신·치료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선 셀트리온이 선두주자다. 해외에서 임상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산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차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도 유력 거론되고 있다.
대우그룹 무너지며 좌절…바이오로 재기 성공
1957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서정진 회장은 인천 제물포고를 거쳐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서정진 회장은 삼성전기에 입사해 직장 생활을 하다가 한국생산성본부로 자리를 옮겨 대우자동차를 컨설팅했다. 그때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눈에 띄어 대우자동차 기획재무 고문으로 영입됐다. 당시 국내 최고 대기업이던 대우에 스카웃돼 탄탄대로가 펼쳐질 줄 알았지만 외환위기가 닥치고 대우 신화가 무너지면서 그는 졸지에 실업자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좌절만 하고 있진 않았다. 서정진 회장은 바이오산업이 유망할 것이라 내다보고 대우차 출신 동료 10여 명과 함께 2000년 인천 연수구청 벤처센터에서 셀트리온의 전신인 넥솔바이오텍을 창업했다.

이듬해인 2001년 그는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중심지였던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그곳에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루크 블럼버그 박사, 스탠퍼드대 에이즈연구소장이던 토마스 메리건 교수 등 생명공학 분야 석학들을 만나 얘기를 나눈 뒤 바이오산업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서정진 회장은 이 만남을 통해 머지않아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기 시점이 도래한다는 점을 특히 주목했다. 특허 만기는 곧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의미였다.

서정전 회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 사업 확장에 나섰다. 2002년 2월 넥솔바이오텍과 미국 백스젠의 합작법인으로 셀트리온을 설립했다. 백스젠은 미국 생명공학회사인 제넨텍이 에이즈백신 개발을 위해 세운 자회사로 동물세포 배양기술 분야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었다. KT&G 등으로부터 자금 투자를 받아 당시 간척 사업이 진행 중이던 인천 송도에 9만2958㎡ 공장 부지도 매입했다.

회사를 세우면서 만든 '셀트리온(Celltrion)'이란 이름에는 한국의 바이오산업을 이끌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셀트리온은 세포를 뜻하는 'Cell'과 고대부터 사막에서 나침반 역할을 한 북두칠성의 영단어 'Triones'을 합성해 만들었다. 미진했던 한국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갈 '길잡이 별'이 돼 인류의 건강과 복지 증진에 기여하겠다는 꿈을 담은 명명인 셈이다.
셀트리온 성장의 역사 살펴보니
셀트리온의 본격 성장은 2005년부터로 볼 수 있다. 당시 인천 송도에 2400억원을 투자해 2만8000평·5만리터 생산 규모의 단백질 의약품 공장(제1공장)을 준공했다.

2007년에는 아시아 최초 동물세포 배양 의약품 생산설비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설비 승인을 획득했다. 2010년 바이오시밀러 개발 성과를 인정받아 해외투자자(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로부터 2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글로벌 임상과 2공장 신축을 위한 재원을 마련했다. 램시마와 허쥬마의 대규모 글로벌 임상을 개시하고 국제 임상과 허가 노하우를 축적한 것도 이때부터다.

2011년에는 램시마와 허쥬마의 글로벌 임상을 완료했으며, 9만리터 규모의 2공장을 인천 송도에 준공해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 의약품 대량 생산기반을 확립했다.

2015년 유럽에 램시마 제품을 팔기 시작했고 유럽 주요국 판매 9개월 만에 누적처방환자 6만명을 돌파하며 오리지널 의약품 시장의 20%를 잠식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7년엔 셀트리온의 두 번째와 세 번째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와 허쥬마가 본격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상업화에 성공했다. 2018년엔 항암제 트룩시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허가를 획득, 허쥬마 역시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판매허가를 획득한 뒤 유럽 지역에서 판매를 개시했다.

자체 개발한 자가 면역 질환 치료제 램시마SC 제품은 지난해 11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판매 허가 승인을 획득했다. 올 2월엔 램시마SC(피하주사제형)를 출시했다. 램시마SC는 셀트리온이 앞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투약 방식을 정맥주사형에서 피하주사형으로 바꾼 제품이다.

올해는 코로나 극복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월 질병관리본부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용 단클론 항체 비임상 후보물질 발굴' 국책과제에 선정됐다. 4월 질본과의 협업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체치료제 개발을 위해 실시한 중화능력 검증에서 최종 항체 후보군 결과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셀트리온의 숙제와 서정진 은퇴 이후의 행보
서정진 회장은 올해 말 셀트리온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수차례 알렸다. 은퇴 전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을 합병하는 게 당면 과제다. 그는 법률과 세무 검토를 거쳐 3~4분기에 셀트리온 계열3사를 합병하는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합병에 성공한다면 서정진 회장의 지분 승계작업도 순조롭게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이후 대한상의 회장 행보도 점쳐진다. 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관례대로라면 대한상의는 올 연말께 차기 회장을 추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그 시기를 오는 10월 전국 대한상의 회장단 회의가 될 것으로 본다. 대한상의 차기 회장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는 것은 서정진 회장의 은퇴 시점과 '미래 먹거리'로서 중요성이 커진 바이오산업의 개척자라는 상징성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의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PQ·Pre-Qualification) 인증 통과로 국제조달시장 입찰의 허들을 넘었다. 영국에서 본격화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CT-P59'도 주목해야 한다. 셀트리온 승계구도와 은퇴 후 서정진 회장의 행보에 재계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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