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규제, 전월세 전환 넘어 '2차 쇼크' 부른다[노경목의 미래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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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08 09:01   수정 2020-08-18 08:57

임대료 규제, 전월세 전환 넘어 '2차 쇼크' 부른다[노경목의 미래노트]


미국 경제학자의 93%, 캐나다 경제학자의 95%가 반대하는 정책이 있다. 케인즈주의에서 통화주의까지 이념적 스팩트럼이 다양한 경제학자들이 특정 경제 정책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바로 임대료 통제 정책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 3법 때문에 한국에서도 논란이 뜨겁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국회 연설에서 지적했듯 대부분의 초점은 전세의 월세 전환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널리 알려져 있듯 전세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 특색의 제도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에서 주택 임대료 규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다는 것은 전세의 월세 전환 이외에 다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다.

주택 임대료 규제는 한국 주택 시장에 어떤 문제점을 불러올까. 이미 부작용을 경험한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예상할 수 있다.
주택의 양과 질, 크게 후퇴해
일단 신규 주택 공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주택 역시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인만큼 어느 정도의 수익률은 있어야 투자가 이뤄지고 공급이 된다. 하지만 임대료 통제로 주택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들면 새 집을 지어야할 유인도 감소한다. 대신 주택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사람도 빌려쓰는 것으로 돌아서며 수요는 늘어난다.

2차 세계대전에 따른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1942년 임대료 통제책을 도입했던 스웨덴이 단적인 예다. '말뫼의 눈물'로 유명한 스웨덴 제 3의 도시 말뫼에서는 제도 시행 전인 1941년 1047가구던 공실주택이 이듬해 593가구, 1943년 165가구까지 줄었다.

종전 이후에도 공실 주택은 계속 줄어 1948년에는 한 채도 남지 않았고, 이같은 상황은 1970년까지 계속됐다. 그동안 도시 인구는 계속 늘었지만 빈방이 없는 상황이 지속됐다.

역시 1942년 강력한 주택임대료 통제책을 도입한 미국 뉴욕에서는 1949년까지 주택 공급이 이전 대비 27% 감소했다.

주택의 질 역시 크게 후퇴한다. 낮은 임대료를 받는 집주인이 주택 개보수를 하지 않으면서 주택이 노후화된다. 1차 세계대전 시절이던 1914년 임대료 통제를 시작했던 프랑스 파리가 대표적인 예다.

30여년이 지난 1948년 조사 결과 당시 파리에 있는 주택의 56.9%가 1880년 이전에 건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90%는 임대료 통제가 시작되던 1차세계대전 이전에 만들어졌다.

당시 전체 파리 시민의 82%가 샤워시설이나 욕조가 없는 집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절반 이상은 화장실이 없어 외부의 공용 화장실을 이용했고, 주택의 25%에는 상수도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임대료 통제 이후 36년간 세금은 13.2배, 집 수리 비용은 120~150배 오르는 동안 임대료는 6.8배 오르는데 그친 강력한 통제 정책 때문이었다. 당시 파리 주택의 월 임대료는 담배 2갑 수준이었다고 한다.
서민과 다른 지역 출신에게 가혹
서민을 위한 제도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도시에 거주하는 중산층 이상이 그에 따른 과실을 독점할 가능성도 높다. 세입자를 들이는 기준이 가격에서 친분 등 다른 이유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자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뉴욕에서는 한 주 상원의원이 센트럴파크가 내려다 보이는 중심지의 방 10칸짜리 아파트를 변두리의 방 한 칸짜리 아파트과 같은 가격을 주고 임대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임대료 관련 소송을 심리하던 판사는 시세가 월 1200달러이던 아파트를 93달러만 주고 사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1978년부터 1989년까지 3연임했던 에드 카치 전 뉴욕시장은 재임 시절 한 번도 시장 관저에 살지 않았다. 살던 아파트를 한 번 떠나면 돌아올 때는 훨씬 인상된 집세를 치러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일찍 좋은 임대 주택을 선점한 부유층이나 지역 토박이에 밀려 서민층이나 외지 출신 사람들은 훨씬 나빠진 조건에 임대를 사는 경우가 늘어났다. 월터 블록 로욜라대 교수의 말이다.

"부유층이 싼 임대료를 내는 집을 시내에 구해놓고 자신은 교회에 살면서 시내를 오갈 때 호텔처럼 사용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임대료 통제로 이들이 염가에 '도심 별장'을 이용하는 동안 이민자들이나 새로 뉴욕에 들어온 사람들은 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렸다."

기형적인 주택시장은 '늙은 여인 효과(old lady effect)'라는 새로운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자식이 출가하고 배우자가 사망하면서 혼자 남았지만 방 5~10개이 대형 주택에 세들어 사는 노인을 일컫는 말이다.

정상적인 주택시장이었다면 '늙은 여인'은 방이 적은 주택으로 옮겨가며 자원이 효율적으로 분배됐을 것이다. 하지만 임대료 통제로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데다, 공급 위축으로 작은 주택을 구하기도 힘들어 그냥 눌러살게 된 사례다.
한국이라고 예외일까
물론 이같은 부작용들은 5~10년 이상 시간이 지난 뒤에야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는 이미 돌이키기 어려워진다는 점이 문제다.

제도적인 제한은 아니지만 임대료가 시장 가격보다 낮게 형성되며 미친 영향을 관찰할 수 있는 지역이 서울에도 있다. 중국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대림 및 가리봉동 일대다.

이 지역에서는 2000년 이후 중국 동포들의 유입이 늘며 내국인들이 빠져나갔다. 지역 주택 임대시장은 자연스럽게 서울 시내의 주택 수요 공급과 별개로 출입국 관리 정책에 영향을 받게 됐다.

유입되는 주택 임대 수요층의 경제력이 높이 않다보니 임대료 상승은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집주인들은 주택에 투자를 하지 않았고 집도 크게 낡았다. 지금도 해당 지역을 취재하면 여러 가구가 화장실을 같이 쓰는 공동 주택을 쉽게 볼 수 있다.

좌파 경제학자들도 임대료 통제 정책에 비판적이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스웨덴의 복지정책을 디자인한 군나르 뮈르델은 "주택 임대료 통제는 정부의 비전 부재가 낳은 빈곤한 계획의 가장 나쁜 예"라고 했다. 사회주의 경제학자인 아사르 린드베크는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포격 다음이 임대료 규제"라고 꼬집었다.
2007년의 노무현, 2020년의 문재인
<대한민국 부동산 40년>이라는 책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해에 청와대 국정브리핑 특별기획팀에서 낸 책이다. 1967년 이후 40년간 한국의 부동산 시장과 정책을 쉽고 균형있게 담아냈다. 기록을 중요시 여기던 노 전 대통령도 높이 평가했고, 읽다 보면 부동산 시장 전반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훌륭한 책이다.

이 책에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상 정책에 대한 처절한 반성도 담겼다. 마지막 챕터인 '바뀐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에서다. 집값을 잡지 못한 패인을 분석하며 정부 정책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하는 부분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과 부동산 시장을 취재했던 기자는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보며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10년 전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를 기대했다. '바꿀 수 없는 것과 있는 것'을 인정해 시장 원리를 인정할 부분과 정책으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을 구분할 지혜를 갖췄기를 바랬다.

아쉬울 따름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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