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발생률' 가장 높은 한국…조기 발견땐 내시경 수술로 치료

입력 2020-08-07 17:00   수정 2020-08-08 02:08


국내 암 환자가 가장 많이 호소하는 암은 위암이다. 전체 암 발생의 13%를 차지한다. 매년 3만 명씩 환자가 생긴다. 한국은 세계에서 위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의료기관마다 내시경 검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암을 많이 찾아낸다는 것도 이유지만 염장 음식을 많이 먹는 식습관도 위암 발생률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 많은 것도 위암 환자가 많은 이유로 꼽힌다. 위암의 원인과 증상 등을 알아봤다.
식도와 소장 잇는 소화관에 생긴 암
위는 식도와 소장(십이지장) 사이를 잇는 소화관이다. 식도를 통해 내려온 음식을 잠시 저장하고 소화시켜 소장으로 내려보낸다. 위 점막 세포가 계속 자극을 받아 위 점막이 얇아지거나 위 점막 세포가 손상돼 소장이나 대장 점막 세포와 비슷하게 바뀌면서 위암으로 진행된다.

한국은 국가 암 검진 등 의료시스템이 잘 갖춰져 위암 5년 생존율이 75.4%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김준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한국은 세계에서 위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나라”라며 “국내 위암 환자만 28만 명이 넘는다”고 했다. 그는 “위암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받으면 완치될 가능성이 높다”며 “조기 위암은 내시경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고 90% 이상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위암 발병 요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은 위암을 일으키는 대표적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만성위축성 위염처럼 위암 관련 질환을 앓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거나 질산염 화합물이 많이 든 햄 등 가공육류를 많이 먹는 것도 위암 위험을 높인다. 흡연, 스트레스 등도 위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
3~4기 진행돼야 구토 등 증상
사람의 위는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 등으로 구성된다. 조기 위암은 위암이 점막층과 점막 바로 아래의 점막하층에만 생긴 것이다. 위암이 근육층, 장막층까지 침범하면 진행성 위암으로 분류한다.

위암 초기에는 대부분 환자들이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조기 위암 환자의 80% 이상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 김 교수는 “소화기 질환은 누구나 한 번쯤 앓아봤을 정도로 흔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위암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대부분 속쓰림이나 더부룩한 소화불량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위궤양, 위염 등 가벼운 질환으로 생각하고 넘어가기 쉽다”고 했다.

위암 환자에게 심한 증상이 생기는 것은 3~4기 정도로 진행된 뒤다. 구토를 하거나 배가 쉽게 부르고 음식을 삼키기 힘들어하는 증상을 보인다. 체중이 이유 없이 갑자기 줄거나 복통, 헛구역질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식욕 저하, 공복 시 속쓰림도 위암 환자들이 많이 호소하는 증상이다. 음식을 삼키는 것이 어렵고 피를 토하거나 혈변, 검은 변을 본다면 진단을 받아야 한다.

위암 치료법은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수술을 통해 위를 잘라내거나 항암제 등을 복용하는 항암치료를 해 위암을 치료한다. 위내시경을 보면서 암 조직을 잘라내기도 한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내시경으로 잘라내는 방법이 흔해지면서 조기 위암 진단 환자의 60% 정도는 내시경 수술로 절제한다”고 했다.
조기 위암은 내시경 수술로 치료
내시경을 활용해 조기 위암을 치료하는 방법은 내시경적 점막 절제술과 내시경적 점막하 박리술로 나뉜다. 조기 위암 환자 중 내시경으로 절제할 수 있는 환자가 치료 대상이다. 위암 검사를 했을 때 다른 림프절이나 장기에 전이되지 않은 환자다. 암이 점막에만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에게 내시경 절제 수술을 한다.

조기 위암 환자에게 내시경 치료를 할 때는 수면 상태에서 진행한다. 내시경과 함께 칼을 넣어 암 조직을 떼어내는 방식이다. 환자마다 수술 시간이 달라지지만 대부분 1시간 정도 걸린다. 수술한 뒤에는 회복실에서 잠이 깨길 기다린 뒤 병실로 옮긴다.

내시경 수술 후 2~3일 정도 지나면 식사할 수 있다. 입원기간 출혈, 천공 등 합병증이 없다면 수술한 뒤 2~3일 안에 퇴원할 수 있다. 수술을 받은 뒤에는 6~12개월 간격으로 위내시경 검사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한다. 5년 동안 추적 검사를 해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 판정을 한다.

김 교수는 “조기 위암을 내시경으로 절제하면 위가 보전된다는 장점이 있다”며 “일상 복귀가 빠르고 수술 후 합병증이나 통증 발생도 더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진행성 위암 환자도 내시경을 활용해 수술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울대병원, 동아대병원 등 13개 의료기관 연구진이 진행성 위암 환자 1050명에게 내시경을 활용한 수술과 개복 수술을 한 뒤 비교했더니 내시경 수술의 합병증 발생률은 16.6%, 개복 수술은 24.1%였다. 수술 사망률도 내시경 수술을 받은 환자가 더 낮았다. 양한광 대한복강경위장관연구회 초대회장(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은 “앞으로 장기 성적, 즉 생존율에서 두 수술군 간 차이가 없다는 점만 확인되면 내시경을 활용한 복강경 수술은 기존 개복 수술보다 확실한 비교우위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수술 후 제균 치료해야
최근에는 위암 수술을 한 뒤 위암 원인 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없애는 제균 치료를 받는 환자도 많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위 부분절제술을 받은 위암 환자를 분석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제균 치료가 생존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김나영 교수팀은 2003~2017년 조기 위암이나 진행성 위암 진단을 받은 환자 중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환자 1031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이들 중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는 15년간 생존율이 96.5%로, 제균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79.9%)보다 높았다. 특히 진행성 위암 환자들은 제균 치료를 받았을 때와 받지 않았을 때의 생존율 차이가 더 컸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장 점막에 주로 사는 세균이다. 감염된 사람의 대변으로 배출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음식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 전파된다. 가족 간 감염도 비교적 흔하다. 음식을 씹은 뒤 아이에게 먹이는 행동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침 등에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잘 검출되지 않아 이런 행동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전파되는 일은 적을 것으로 의료계에서는 판단한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충치균 등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되면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선암 등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2촌 이내 가족 중 위암 환자가 있다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없애는 치료를 하는 것이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나영 교수는 “지금은 조기 위암 환자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없애는 제균 치료를 받을 때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진행성 위암 환자가 제균 치료를 받을 때도 건강보험 혜택을 줘야 한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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