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2P 사기를 '모범'으로 추켜세운 정부, 그 전말 밝혀야

입력 2020-08-10 17:53   수정 2020-08-11 00:34

유망 핀테크산업이라던 ‘인터넷 기반 개인 간(P2P) 대출’ 업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기가 막힌다. ‘연체율 제로(0%)’를 앞세워 급성장한 블루문펀드가 지난 주말 돌연 폐업한 것은 한국 금융의 시곗바늘이 ‘막장 오 분 전쯤’이라는 걱정을 더한다. 지난 6월 언론이 사기 의혹을 제기한 뒤에도 ‘오보’라며 배짱 영업을 계속하더니 돌연 사무실을 폐쇄하고 대표는 잠적했다.

투자자들이 맡긴 돈 576억원은 어디로 갔는지 오리무중이다. 이 중 100억원 정도는 돌려막기 정황이 제기된 이후에 모집된 금액이다. 금융당국이 방치하는 사이에 막대한 추가 피해가 발생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동산(動産)을 담보로 잡는 선진금융기법이라던 블루문펀드의 남양주시 소재 물류창고를 한경 기자들이 어렵게 찾아냈지만 담보로 남아 있어야 할 브랜드 의류, 가전·주방용품 등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중국산 싸구려 슬리퍼로 채워진 상자들만 널브러져 있어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P2P 금융에 대한 경고는 출발할 때부터 제기됐다. 신용이 낮은 차주(借主)에게 빌려주는 업(業)의 속성상 연체율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체율은 사실상 P2P금융 첫 해인 2017년 5.5%에서 이듬해 10.9%로 한 해 만에 두 자릿수로 급등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차세대 금융을 키워야 한다면서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감독에도 소홀했다.

금융위원장이 한 P2P업체를 방문해 ‘동산금융의 혁신사례’로 극찬한 뒤 그 회사 대표가 사기로 구속되는 일도 발생했다. ‘폭탄 돌리기’를 하며 수수료를 빼먹은 행태에 금융당국 수장이 ‘혁신금융’ 완장을 달아준 어처구니없는 처사였다.

갑작스런 영업중단 등 금융산업의 신뢰를 추락시킨 P2P금융사가 올 들어서만 4곳이다. ‘예고된 먹튀’가 더 있다는 무서운 말도 돈다. 정부는 신산업 초기의 혼란이라며 뒤늦게 뒷북감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잘못됐는지 전말을 밝히고 반성부터 해야 최소한의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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