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안해도 알아서 팔린다"…'표적항암치료 보험' 돌풍

입력 2020-08-10 17:15   수정 2020-08-11 02:09

‘히트상품은 돈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보험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보험회사들은 시장에서 잘 먹힐 만한 전략상품을 고른 뒤 설계사들에게 추가 수당을 듬뿍 내걸고 판매를 독려한다. 이렇게 하면 실제로 잘 팔린다. 보험업계 대부분 인기상품이 이런 과정을 거친다. 최근 이런 공식을 깬 상품이 나왔다. 차세대 암 치료법인 표적항암치료 비용을 대주는 보험이 ‘알아서 잘 팔리는’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KB가 시작, 삼성·현대·DB 맞불
10일 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의 암보험은 최근 들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평소보다 판매량이 10배 이상 늘었다. 지난 5월 손해보험사 최초로 출시한 표적항암치료 특약 덕분이다. 평소 이 회사는 암보험을 월 3800건가량 팔았다. 표적항암 특약을 선보인 이후 판매량이 월 4만 건 이상으로 치솟았다. 표적항암 특약은 소비자가 원치 않으면 뺄 수 있는 선택사항이지만 신규 가입자의 90% 이상이 넣고 있다.

KB손해보험 측은 “거액의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조용히 출시했는데도 이 정도로 판매가 급증한 사례는 처음”이라며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좋다는 의미”라고 했다.

경쟁사들도 ‘미투 상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22일,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은 이달 3일 표적항암 특약을 내놨다. 생명보험사 중에선 라이나생명만 팔고 있다.

표적항암치료는 암세포의 특정 분자를 정밀 타격하는 방식의 약물치료다. 기존 화학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작아 많은 환자가 선택하는 추세다. 하지만 평균 4000만원 이상 자기부담금이 든다는 게 단점이다. 일반적인 보험의 암진단금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까지 민간보험에서 표적항암치료비를 보장하지 않았던 이유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산업 발달로 신약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어 표적항암 관련 보험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항암치료법 높아진 관심 반영”
라이나생명에 따르면 표적항암 특약을 넣은 가입자의 비율은 20대(80.9%)와 30대(79.3%)가 가장 높았다. 최창환 라이나생명 TM상품팀 부장은 “표적치료를 활용하면 항암치료 중에도 직장에 다니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며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젊은 층일수록 미래의 소득 상실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혹시 모를 암치료비 걱정이 크다면 표적항암 특약은 가성비(가격 대비 만족도)가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예컨대 KB손해보험에서 치료비 5000만원을 한도로 하는 표적항암 특약의 가격은 40세 남성 월 1500원, 50세 남성은 4800원가량이다. 다만 이 특약 하나만 가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필수적으로 넣어야 하는 주계약, 부가특약 등이 있기 때문에 최종 보험료는 이보다 올라간다. 또 이런 특약은 몇 년에 한 번 보험료를 재산정(갱신)하기 때문에 나이를 먹을수록 가격이 비싸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대형 손해보험사가 일제히 뛰어든 만큼 올 하반기 표적항암 특약을 활용한 판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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