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95억' 만삭 아내 살인죄 벗은 이유 '반박 불가 증거 없었다'

입력 2020-08-11 09:41   수정 2020-08-11 09:51



<i>아내 명의로 월 400만 원 보험료 납입, 운전자와 달리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조수석, 졸음운전이라 했지만 추돌 몇 초 전 전조등, 피해자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 검출…</i>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이른바 '보험금 95억원 캄보디아 만삭 아내 살해 사건' 피의자로 지목된 남편이 파기환송심에서 나타난 이런 미심쩍은 정황들은 직접 증거가 되지 못했다.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해당 사건은 2017년 대법원에서 "살인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로 대전고법으로 파기환송됐다.

대전고법 형사6부(허용석 부장판사)는 10일 이모씨(50)에 대한 살인 등 혐의 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살인죄 대신 교통사고처리특레법상 치사죄로 금고 2년이 선고했다.

금고형은 판사 선고로 집행되는 형벌 중 자유형의 하나로, 노역을 포함하는 징역형과는 달리 1개월 이상 교도소 등에 수감되지만 노역에서 제외되는 경우를 뜻한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씨는 2014년 8월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 부근에서 고속도로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일부러 들이받아 동승한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이 씨의 아내는 24세, 임신 7개월의 만삭이었다.

검찰은 숨진 아내 앞으로 사망보험금 95억원에 달하는 20여개의 보험상품에 가입된 점에 주목했다. 이 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했다는 주장이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간접 증거만으로는 범행을 증명할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달리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사고 두 달 전 30억원의 보험에 추가로 가입한 점 등을 들어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2017년 5월 대법원은 "살인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로 대전고법에 사건을 파기환송시켰다.

앞서 6월22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보험금을 타려는 범행 동기가 명확하다"면서 사형을 구형했다.

경찰은 △이 씨의 아내가 교통사고로 숨지기 3~4개월 전부터 피고인이 대출을 받아 지출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이는 점 △보험금 보장 내용을 알고 있던 정황 △임신 중이던 피해자에게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 등을 범행 동기로 봤다.

반면 이 씨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은 악성 부채나 사채가 없었고, 유흥비나 도박자금 마련 필요성도 없었다"면서 "부부관계에도 갈등이 없는 등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를 만한 요소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사이에는 임신중인 태아 외에 이미 딸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사회적 관심을 더 크게 일으키게 된 것은 2017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95억 보험 살인 사건 진실 공방’으로 다뤄졌기 때문이다.

사건 당시 43세였던 이 씨가 낸 교통사고로 인해 조수석에 탄 24세 캄보디아인 임산부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 씨는 고속도로에 정차돼 있던 트레일러를 들이받은데 대해 졸음운전이라 했지만 수사 결과 남편이 부인의 사망으로 받게 될 보험금이 95억 임이 밝혀지면서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이 씨는 "죽으려고 몇번을 망설일 정도로 살고싶은 생각이 없었다"고 했지만 수상한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경찰은 CCTV를 확인해보니 "추돌 몇 초 전 사고차량은 전조등을 켜고 정차된 차량을 확인한 흔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도로교통안전공단 검사 결과 이미 9도가량 핸들을 돌렸으며 충돌 전 트레일러에 맞추며 주행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이어 미심적은 정황으로 11군데의 26건의 생명보험을 든 것을 확인했다면서 "아내가 운전을 하지도 못하는 데도 불구하고 휴일 교통사고 특화된 상품도 여러가지였다"고 말했다.

총 수령금은 95억원에 달했다.

사건 후 단순 교통사고가 범행으로 판단한 경찰은 3개월 후 남편 이 씨를 '살인혐의'로 구속했다. 하지만 부인의 화장까지 끝났으며 범행의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기는 힘든 상태였다.

캄보디아 부인의 살인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1심에서는 무죄, 2심에서는 유죄, 대법원은 무죄 취재의 파기환송을 결정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3년여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의 판단은 무죄와 유죄, 극과 극으로 오갔다.

당시 방송에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교 고수는 "임신 7개월이면 소변 주기가 짧은 시기인데 전혀 흔적이 없다. 조서상으로는 아무도 옆에 없는 것처럼 적혀져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폐차 직전의 차 안에 있던 아내의 혈액에서 수면 유도제 성분 중 하나인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발견됐지만 1심과 대법원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내와 뱃속 아이를 잃은 이 씨는 퇴원도 하기 전 아내의 화장을 직접 전화로 예약하기도 했으며 병원에서 손으로 V자를 하고 찍은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

2심 재판부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숨진 아내의 혈흔에서 수면유도제가 검출된 것을 간과하면 안되고 과도한 보험료를 납부한 점, 아내 화장을 서두른 점의 고의사고의 간접증거라고 봤다.

이 씨의 경제력을 입증하는 것은 범죄의 동기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이 씨는 경제력을 자랑했지만 60여건의 보험 중 40여건의 보험을 담보로 3억원을 대출받아 사용중이었다. 보험 가입 권유를 거절하지 못해 많은 보험을 들었다는 증언과 배치된다.

경찰은 평소 운전시 안전벨트를 한 적이 없던 이 씨가 사고 당시에만 안전벨트를 멘 것도 의심정황으로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화장부터 보험까지 의심의 여지가 있다는 건 인지하면서도 좀 더 면밀히 심리를 해야한다고 판단했으며 이 씨가 고의 사고를 냈다는 정황증거, 반박의 여지가 없는 꼼꼼한 증거가 없다는 점을 참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 씨의 보험금 청구와 관련해 보험사와 아직 민사 소송이 진행중이다.

체포 직후 지역 변호사 한 명 만 선임했던 이 씨는 서울의 대형 로펌을 통해 전직 대법관을 포함한 화려한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해 왔다.

살인을 전제로 적용된 보험금 청구 사기 혐의가 무죄로 나오면서, 이제 지연 이자까지 100억 원이 넘는 보험금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계약 상대 보험사 11곳 중 3곳의 계약 보험금은 10억 원이 넘는 거액.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 여부는 형사 재판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어서, 민사 소송에 대거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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