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원의 이곳저곳] 같은 창원인데 진해·마산은 다르네…청약 성적 극과 극, 왜?

입력 2020-08-11 14:49   수정 2020-08-12 08:52


최근 경남 창원에서는 두 건의 아파트 분양이 있었습니다. 성산구에 지어지는 반도건설의 ‘성산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와 진해구에 들어서는 SM그룹 동아건설산업의 '창원진해 비전시티 우방아이유쉘'입니다.

두 단지는 같은 시기에 비슷한 규모로 분양에 나섰지만, 완전히 다른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성산 반도유보라아이파크는 439가구를 모집한 1순위 청약에서 5495명이 몰리며 높은 경쟁률로 완판됐습니다. 반면 창원진해 비전시티 우방아이유쉘은 562가구 모집에 단 28건만 접수되며 미분양 단지로 남았습니다.

두 단지의 흥행 성패를 갈라놓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입지입니다. 창원시는 옛 창원시와 마산, 진해시가 통합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지역민들의 심리적 경계는 비교적 뚜렷합니다.

집값도 여전히 차이가 납니다. 옛 창원시인 성산구와 의창구의 집값은 마산(마산합포구·마산회원구)이나 진해구보다 3.3㎡당 300만~600만원씩 비쌉니다. 성산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 김모 씨(59)는 “지역민들 사이에서 옛 창원 지역들은 부촌으로 인식되며 살고 싶어하는 동네로 통한다”며 “통합이 됐지만 집값에는 지역 간 우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보니 조선 기계 자동차 등 주력 업종이 침체를 겪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어려움을 겪던 와중에도 옛 창원시 지역의 집값은 비교적 건제한 편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 두 곳을 비교해보면 이해가 빠를 듯 합니다. 의창구 중동 ‘유니시티’ 아파트와 마산합포구 월영동 ‘창원월영마린애시앙’입니다. 두 단지는 작년 12월과 올해 1월 각각 입주해 입주 시기가 비슷합니다. 대단지라는 점도 유사합니다. 유니시티가 6100가구, 월영마린애시앙이 4298가구로 지어졌습니다.

하지만 가격 흐름은 완전히 다릅니다. 유니시티 3단지(전용 84㎡)는 입주 이후 값이 치솟으면서 지난달 7억3000만원에 팔렸습니다. 현재 호가는 7억8000만원대에 형성돼 있습니다. 이 주택형은 지난 5월에 5억18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두달 새 2억원이 넘게 뛴 셈입니다. 분양가와 비교하면 3억원 넘게 올랐습니다.

하지만 월영마린애시앙은 여전히 대다수의 주택들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미분양 상태입니다. 창원시청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4298가구 중 3782가구가 팔리지 않은 채 남아있다고 합니다. 최근 분양가보다 2300만~3700만원가량 값을 낮춘 할인 분양에 들어갔지만 매매가 크게 늘지는 못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같은 현상은 통계로도 엿볼 수 있습니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살펴보면 올해들어 이달 초(3일 기준) 창원 성산구 아파트값은 3.91%나 뛰었습니다. 의창구도 3.65% 오르며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진해구는 변동율이 1.01%를 기록하는데 그쳤습니다. 지방아파트 전체 상승률(1.96%)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마산합포구와 마산회원구는 각각 0.60%와 0,24% 밖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최근 지방을 돌며 이어진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이른바 갭투자 바람도 성산구와 의창구에서만 불었습니다. 갭투자는 부동산시장 상승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가 됩니다. 향후 매매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적은 돈으로도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집값 오름세가 감지돼야 갭투자가 몰리게 됩니다. 창원 의창구의 지난 6월 외지인 매입 아파트는 300가구로, 전달(63가구)과 비교해 7배가량 뛰었다. 성산구는 같은 시기 외지인 매입건수가 30가구에서 189가구로 530% 급증했습니다.

성산구의 Y중개업소 관계자는 “6월부터 매수 문의가 늘면서 가격이 꿈틀대더니 금새 상승폭이 커졌다”며 “리모델링 이슈가 있는 구축 단지에서는 집주인이 매도를 망설이자 수요자가 그 자리에서 3000만원 이상 값을 높여 부르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의창구의 K공인 대표도 “인기 단지에서는 1~2주 사이에 호가가 8000만원이 뛰기도 했다”며 “유명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서울 등 외지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부산을 찾는다’는 말이 돌자 집주인들이 물건을 거둬들여 매물이 마른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지지부진한 진해나 마산회원·마산합포의 아파트는 갭투자자들에게 집을 넘긴 지역민 실수요자들이 간간히 매매하는 것 외에는 거래가 뜸하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얘기입니다. 집을 판 후 돈을 벌었다고 할 지라도 의창구와 성산구 집값은 더 가파르게 올라 매매가 어렵기 때문에 이들 지역을 실거주지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마산합포구의 I공인 대표는 “지역민들은 집을 팔아 시세차익을 남겼다 해도 옛 창원지역 집값이 다들 많이 올랐기 때문에 상급지 주택을 사는 것은 어렵다”며 "진해나 마산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미분양 아파트들이 할인분양, 무이자 중도금대출 등에 들어가면서 지역민들이 이들 지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알려왔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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