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反기업 정서 딛고 수심위 의견 수용해야

입력 2020-08-11 17:45   수정 2020-08-12 00:1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제약받고 있다. 글로벌 분업생산체계가 붕괴되고 국가 간 거래가 위축돼 세계 경제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미·중 갈등은 글로벌 분업생산체계와 자유로운 교역에 의해 가능했던 세계화를 더 이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세계화의 공백을 채우고 세계 경제를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경제 생태계와 질서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세계 산업·경제의 재편은 블록화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세계적 거대 기업들이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이익을 보호하려면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우리 기업들이 투자와 기술협력을 통해 외국 거대 기업과 상호 협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협력을 비교적 대등하게 이끌 수 있는 한국의 글로벌 기업 삼성·현대·SK·LG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신뢰를 쌓아 온 우리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존재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 기업의 선두주자인 삼성의 최고경영자가 법적 소송에 따른 행동제약과 신뢰손상으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커다란 국가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우려 때문에 삼성의 경영권 부정승계라는 경제범죄 혐의를 무조건 용인하자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 그러나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삼성그룹 부정승계 혐의에 대한 대검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가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 의견을 냈다. 수심위의 의견이 타당하다면 삼성 총수를 법적 소송에서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

찬반 논란이 되고 있는 수심위 의견의 타당성을 다시 따져보자. 삼성그룹 부정승계 혐의의 핵심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분식회계에 의해 시세를 조종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총수에게 유리하게 했다는 것이다. 삼바의 분식회계 논란은 복제약 개발로 상승한 삼바의 기업가치와 관련된 회계처리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기업가치 상승으로 공동투자자에게 줄 스톡옵션을 부채로 계상하지 않아 자본잠식으로 회계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한 성공기업을 자본잠식의 실패기업으로 회계처리하는 회계기준의 문제로 야기된 것이다. 둘째, 삼바가 자회사를 지배한다고 보고 삼바의 가치증가를 기타수익으로 인식한 것으로,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다른 회계처리 방법의 적용을 판단하는 회계기준의 모호성으로 야기된 것이다. 만약 ‘모순된’ 회계기준을 따르지 않은 것이 잘못이고, ‘모호한’ 회계기준에 대한 정부당국의 해석이 옳으므로 삼바의 회계처리가 주가를 상향 조작하려는 거짓 분식회계라고 한다면 정부당국의 분식회계 검찰 고발 후 삼바의 주가는 급락했어야 한다. 그러나 첫 번째 분식회계에 대한 고발 후 주가는 30만1500원에서 5000원(1.6%) 하락했고, 두 번째 분식회계에 대한 고발 후 삼바의 주가는 오히려 39만5500원에서 2500원(0.6%) 올랐다.

이처럼 삼바의 기업가치(주가)는 복제약 개발 성공에 의해 상승한 것이고, 가치상승에 대한 회계처리의 차이에 불과한 분식회계는 기업가치(주가)와 무관하다는 것을 자본시장의 반응이 분명하게 보여줬다. 따라서 삼바가 분식회계에 의해 주가(시세)를 조종했다는 자본시장법 위반은 사실과 다르다. 시세를 조종해 총수에게 유리한 합병비율로 합병했다는 주장도 성립할 수 없다.

반(反)기업정서 탓에 수심위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삼성의 부정승계 고발이 무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예측이 어려운 대변혁의 시기다. 새로운 세계 경제 생태계 및 질서 구축과 우리 경제를 위한 신산업 육성에 삼성 총수가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수사심의위의 의견을 수용해 소송으로 인한 경영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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