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 세계서 실패한 주택임대 규제, 왜 뒤늦게 고집하나

입력 2020-08-12 17:52   수정 2020-08-13 00:19

정부·여당이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더욱 강화할 움직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주택시장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전·월세 가격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정해주는 ‘표준임대료’를 제도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신설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어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관계부처 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고, 국토교통부가 진작부터 이런 감독기구 설치를 주장했던 터라 조만간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답답한 것은 지금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규제가 수많은 나라에서 이미 실패한 것들이란 점이다. 영국은 1915년부터 임대료와 임대기간을 규제한 결과 임대주택이 줄어드는 폐해가 생겨 1988년 관련 규제를 대폭 풀었다. 미국도 1941년부터 임대료 규제를 시작했지만 집주인들이 집 수리를 소홀히 하면서 주변 지역이 슬럼화했다. 뉴욕 빈민가인 브롱스가 대표적 사례다. 지금은 26개 주에서 임대차 규제를 폐지했다. 여당이 ‘임대차 3법’을 밀어붙여 임차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전셋값 인상률을 규제하자 전세 품귀로 세입자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데도 임대료를 아예 정부가 정해주겠다고 나서면 전세가 남아날지 의문이다.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도 베네수엘라에서 대실패로 결론 난 것이다. 이런 기구 자체가 해외에선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나마 비슷한 것이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설치했던 ‘공정가격감독원’이다. 주택을 포함한 모든 물품의 가격을 감시·감독한 이 기구는 반시장적 규제의 반작용으로 ‘임대 암시장’을 형성시켜 오히려 집값 폭등을 불렀다. 최대 피해자는 집을 살 수 없는 빈곤층이었다. 국내에 이런 기구를 만들면 집값 안정보다는 공무원 일자리만 늘어날 것이란 비판이 많다. 공무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금융감독원과 비슷한 2000명 수준의 ‘부동산감독원’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부동산시장은 규제에 규제를 한없이 더한다고 안정되는 게 아니다. 주택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인 만큼 가격 안정은 수요와 공급 조절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23차례 대책이 먹히지 않자 경찰까지 동원해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강압은 시장거래를 눌러 일시 안정된 듯 보이게 할 수는 있지만, 언제든 다시 용수철처럼 가격을 폭등시킨다는 게 지금까지의 경험이다. 실패가 뻔히 예견되는데도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오기일 뿐이다. 오기로는 어떤 정책목표도 달성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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