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 비정규직 '눈물의 삭발'…"졸속 정규직화로 도리어 실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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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13 14:35   수정 2020-08-13 15:44

인국공 비정규직 '눈물의 삭발'…"졸속 정규직화로 도리어 실직" [현장+]

비정규직인 저는 오늘 죽었습니다. 우리가 흘린 땀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이 개항 당시부터 20년 가까이 보안 검색 업무를 맡아온 박미영 씨(38·여)의 발언이다. 박 씨는 13일 정부의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비정규직의 졸속 정규직화를 반대하며 삭발했다.

인국공 근로자들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죽이기 멈춰달라"
박 씨를 비롯한 인국공 비정규직 근로자 30여명은 이날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진행된 '졸속 정규직화 규탄 및 해결책 마련 촉구 집회'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박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규직 시켜준다고 했을 때 저는 믿었다. 그러나 지금 인천공항은 우리에게 정규직 전환에서 탈락하면 실직자라고 말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비정규직은 안정적 삶을 살아갈 권리도 없는가. 대통령님에게 감사하며 흘렸던 눈물은 무엇인가"라며 "정부와 대통령은 처음 말한 고용안정을 책임져달라. 비정규직 죽이기를 그만 멈춰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인천지역본부 산하 인국공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인천공항의 정규직 전환 재논의를 촉구하며 진행됐다.

이들은 "인천공항의 정규직 전환 추진 방식은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전환"이라며 "기존 근로자를 해고하는 졸속 정규직화를 중단하고 고용안정을 보장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고용안정을 약속한 뒤 자회사 정규직이 됐음에도 공사 측이 '직고용 인원 30%' 비율을 맞추기 위해 직고용 채용절차 응시를 강요하고 있고, 탈락시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는 입장이다.

사회를 맡은 홍정영 인국공 보안검색서비스노조 사무처장은 "멀쩡히 근무하던 우리의 미래를 해고자로 만드는 게 대통령이 말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인가"라며 "차라리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다녀가지 않았다면 가족 먹여 살릴 걱정은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삭발식에 참석한 이종혁 인국공 야생동물통제 근무팀장도 "인천공항에서 19년 근무했는데,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된 나를 공항공사가 시험 보라고 하더니 이젠 비정규직도 아니고 실직자가 됐다"며 "이제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삭발식을 진행한 인국공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직고용 중단과 노사정 협의 재개를 요구하며 청계천 일대를 행진했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결과는?
인국공은 정규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에 따라 공항소방대(211명)와 야생동물통제(30명), 여객보안검색(1902명) 등 생명·안전과 밀접한 3개 분야 2143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하고 우선 소방대와 야생동물통제 요원의 직고용을 진행한 바 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한 2017년 5월12일을 기준으로 이전에 입사한 사람은 절대평가 방식의 직고용 적격심사 절차를, 이후에 입사한 사람은 공개 채용 방식에 지원했다.

그 결과 적격심사 대상 중 17명의 소방대원이 직고용에서 탈락했으며 공개채용 방식에서는 28명의 소방대원과 2명의 야생동물통제 요원이 최종 탈락했다.

직고용 전환 과정에서 탈락한 47명은 전환에 합격한 소방대원과 야생동물통제요원이 공사에 정식 임용되는 오는 17일을 기점으로 해고된다.

공사는 이들처럼 직고용 과정에서 직장을 잃게 되는 이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마땅한 구제 방법은 없는 상태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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