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 정규직 꿈꿨는데...돌아온 건 실직

입력 2020-08-13 16:13   수정 2020-08-13 16:15

인국공 보안검색 비정규직 '졸속 직고용 반대' 집회

보안검색·소방대 비정규직 참가...30여 명 삭발식
"대통령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머리를 깎게 만들었다"

소방직 47명, 공사 직고용 과정서 탈락...실직 위기
보안검색 1900여명 정규직 전환...대규모 실직 우려

인국공 보안검색요원들 “차라리 자회사에 남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항 정규직 전환문제 해결해야



“저는 인천공항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해고를 당했습니다. 세 아이가 있는 우리 가족은 생계가 막막합니다. 대통령의 성과 때문에 비정규직을 죽이는 행위를 멈춰주십시요”

문재인 대통령의 ‘1호 방문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방안이 고용안정은커녕 비정규직 직원들을 실직으로 내몰고 있다. 공사 정규직 채용과정에서 소방대원 및 야생동물통제 요원 47명이 탈락한 뒤 실직자로 전락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공사 직고용 과정에서 탈락한 소방대원들은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삭발을 단행했다. 직고용 채용과정을 앞두고 있는 보안검색요원들이 소속된 일부 노조와 소방대원 노조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대통령의 직접 해결을 요구하는 '졸속 정규직화 규탄 및 해결책 마련 촉구 집회'를 열었다.

◇소방대·야생동물통제 47명 공사 정규직 전환 탈락
인천공항에서 소방직으로 근무하던 비정규직 근로자 211명, 야생동물통제 요원 30명은 본사 직고용 대상으로 분류돼 지난 6월부터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과정을 거쳤다. 이들 가운데 47명은 필기시험과 체력검정을 통과하지 못하고 최종 탈락했다.

공사 협력업체에서 퇴사하고 임시편제돼 있던 자회사 인천공항시설관리는 17일자로 이들에 대해 퇴사를 알렸다. 인국공 정규직원을 꿈꿨지만 돌아온 건 실직이었다. 인천공항공사는 직고용 과정에서 탈락한 직원들을 위한 구제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될 때까지 자회사에 임시편제하고 개인동의서를 받아놓았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며 “실직의 아픔을 알기 때문에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사 직고용 탈락자가 다시 자회사에 근무하게 되면 동일한 업종의 직원들이 공사와 자회사에 양분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자회사 계속 근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소방대원들은 지난 6월 중순 공사 정규직 채용을 위한 공개채용 결과에 관계없이 ‘공채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인천지법에 신청했지만 지난달 27일 기각됐다.

◇직고용 앞둔 보안검색 일부 노조 “자회사에 남겠다”
인천공항공사 직고용 대상인 보안검색 일부 직원들은 13일 서울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인천공항공사의 졸속 직고용 반대 집회를 열고 “졸속 정규직 전환 강행은 비정규직 직원의 대량 실직을 불러와 부작용만 양산한다”며 “차라리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자회사 정규직으로 남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던 보안검색 직원들은 공사와 협력업체의 계약기간이 끝나 올해 5월부터 순차적으로 자회사 인천공항경비에 임시편제되고 있다. 공사는 지난 6월 1902명의 보안검색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청원경찰로 신분 변경시켜 공사에 직고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보다 먼저 직고용 전환절차를 밟던 소방대원들의 탈락이 현실화되면서 불안한 정규직 전환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대로된 정규직 전환을 위해 제4기 노·사·전협의체 구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공인수 인천공항 보안검색운영 노동조합 위원장은 “공사 측의 원칙 없는 직고용 절차를 공식적으로 거부하며,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정규직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30여 명의 보안검색과 소방대 직원들이 집단 삭발식을 가졌다. 삭발식에 참가한 여성 근로자는 “대통령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오늘 저의 머리를 깎게 만들었고 비정규직을 죽였다”며 “비정규직 직원들 죽이기를 그만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공민천 보안검색서비스 노동조합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정규직 전환 문제를 해결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탈락한 소방대원을 아버지로 둔 학생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평생 공항을 지킨 아버지의 일자리를 지켜주세요’라는 청원을 이달 5일에 올렸다. 청원인은 “아버지는 회사에서 연락 오면 벌떡 일어나 출근하셨던 분”이라며 “정규직이라고 평생 일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왜 갑자기 시험을 보신건가요?”라고 물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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