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산 기회비용' 높아…150조 稅 투입도 효과 없어

입력 2020-08-14 17:20   수정 2020-08-15 02:05

‘칠드런 오브 맨’은 한국에서 뒤늦게 빛을 본 영화다. 2006년 전 세계 개봉 당시에는 국내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했다. 영화는 10년 뒤인 2016년에야 국내에 개봉했다. 국내 영화 팬들 사이에서 뒤늦게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출산율이 세계 꼴찌(2019년 합계출산율 0.92명)<그림1>라는 한국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영화 속 영국처럼 한국은 20년 가까운 기간 출산율과의 싸움을 이어왔다. 한국에서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한 것은 2005년이다. 한국은 이후 저출산 및 고령화 해결을 위해 13년에 걸쳐 무려 268조9000억원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저출산 문제에 투입한 예산은 약 150조원. 결과는 처참하다. 지난해 국내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총 30만 명. 13년 전(43만 명)에 비해 30% 줄었다.

199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전 시카고대 교수는 1960년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저출산 현상에 대한 경제학적 설명을 내놨다. 그는 출산 역시 인간이 내리는 대부분의 결정처럼 선택으로 발생하는 효용이 비용을 웃돌 때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비용은 출산을 선택하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 즉 기회비용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베커에 따르면 고소득층 및 선진국의 부부들은 임금 수준이 높다. 이들이 자녀를 낳고 기르면서 포기하는 시간과 자원은 저소득층·후진국 부부들의 시간보다 금전적 가치가 높다. 그 결과 교육 수준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출산율이 낮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베커의 이론에다 한국의 긴 평균 노동시간 및 여성의 출산 후 경력 단절 문제를 접목해 한국 특유의 저출산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등장했다. 한국 부부들의 출산 기회비용이 후진국은 물론 여타 선진국보다 높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저출산 대책에 대한 무용론이 일면서 전문가 사이에선 출산율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신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맞추고 거기에 맞게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도 이런 인식을 반영해 2018년 3차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을 발표하면서 기존의 출산율 목표(1.5명)에 중점을 둔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 말에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2025년까지 시행할 계획이다. 출산율 목표 대신 어떤 정책 방향이 담길지 주목된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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