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한 공매도 금지조치가 한 달 후면 종료된다.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투자은행(IB)업계에서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매도 금지령이 풀리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환경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어서다.
공매도 재개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역은 주식발행시장(ECM)이다. 특히 유상증자 여건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그동안 국내에선 기업이 유상증자를 발표하면 여러 기관투자가들이 손쉬운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공매도를 통해 신주 발행가격을 내린 다음 해당 기업의 증자에 참여하곤 했다. 신주 발행가격이 떨어질수록 기업이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줄어든다. 주가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조성되면 청약과정에서 대량의 실권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공매도는 오랫동안 국내 자본시장에서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기업들의 경계대상으로 꼽혀왔다.
두려운 존재였던 공매도가 지난 3월16일부터 금지되자 기업들은 부담을 덜고 적극적으로 유상증자에 뛰어들고 있다. 대한항공(1조1269억원) 에이치엘비(3391억원) 에이프로젠제약(2353억원) CJ CGV(2209억원) 제주항공(1505억원) 등 대규모 유상증자가 공매도 금지 기간에 쏟아져나왔다. 이들 중 모집물량의 30%가량의 실권이 발생한 에이프로젠제약 정도를 제외하곤 대부분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임원은 “현재 증시 분위기가 양호하기 때문에 공매도 재개가 유상증자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타격을 주진 않겠지만 기업이 신주 발행으로 손에 쥐는 금액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공매도 재개가 확정되면 유상증자를 고려해온 기업들은 조달계획을 어느 정도 수정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뜨거운 기업공개(IPO) 시장 역시 공매도로부터 자유롭긴 어렵다는 평가다. 증시 입성을 준비 중인 기업과 같은 업종인 상장사 주가가 예전만 못하면 기업가치 산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특히 공매도 과열종목이 많은 제약·바이오업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진행한 공매도 제도 관련 토론회에서 나왔던 의견을 참고해 조만간 공매도 재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지기간을 연장하지 않으면 다음달 16일부터 공매도가 가능해진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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