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SW사업 대기업 제한 8년…공공서비스 이용 불만 커졌다

입력 2020-08-17 11:33   수정 2020-08-17 20:16


지난달 교육부는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하 나이스)’ 구축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해 달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요청했다. 나이스는 학생의 성적 처리와 출·결석, 학사일정 등을 맡은 교육부의 핵심 정보기술(IT) 시스템이다. 대기업은 나이스 같은 정부의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에 제한을 받고 있다. 다만 국가안보 사업, 신기술 도입 등 일부 예외 사업은 별도의 심사를 받아 수주할 수 있다. 교육부가 나이스 구축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해 달라며 과기부에 관련 신청서를 낸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8년 동안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선 공무원들의 불만은 커졌고, 국내 중견 기업들의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졌다. 전자정부 시스템 수출도 급감했다.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장애 속출...대기업 도움받아 해결하기도
정부와 정치권은 지난 2013년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사업 참여 제한 제도(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를 도입했다. 국내 중소·중견 IT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취지였다. 대기업은 회사 규모와 상관업이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참여에 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대규모 공공 사업에서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국민의 불편만 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 업무 현장에서는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이유다. 지난 5월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에서 발생한 접속 오류도 비슷한 사례다. 온라인 수업에 한 번에 수십만 명의 학생이 몰렸고, 이를 견디지 못한 온라인 공공교육 사이트에 장애가 발생했다. 주로 고등학생의 원격 수업을 담당했던 EBS는 대기업 계열의 IT 서비스업체인 LG CNS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접속 오류 문제를 해결했다.

국립대에서 사무국장을 지낸 한 교육부 공무원은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원격수업과 같은 시스템이라면 믿고 맡길 만한 업체에 의뢰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도 비슷한 이유로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 차세대 사업에 대기업을 참여시켰다.
공공사업 의존하는 '좀비'IT 기업 양산 지적도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가 도입된 후 중견·중소 IT 기업의 자생력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중견·중소 기업들이 공공 사업에 지나치게 의지하면서 '좀비 기업'이 돼가고 있다는 우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상반기에 내놓은 ‘한국 소프트웨어기업 생태계와 제도-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와 하도급 제한제도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중견 기업 전체의 공공 매출 비중은 2011년 12.0%에서 2018년 34.5%로 올라갔다.

반면 수익성은 악화했다. 전체 중견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1년 8.35%에서 2017년 3.41%로 떨어졌다. 공공 매출 비중이 20%가 넘는 아이티센, 대신정보통신 등 중견 기업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했다. 2011년 1.02%에서 2017년 0.41%로 하락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중견기업들이 공공시장에서 저가입찰 등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성이 더 나빠졌다"라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의 전자 정부 시스템 수출 실적도 급격히 떨어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업체의 관련 수출 규모는 2015년 5억3404만달러에서 2018년 2억5831만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국내 공공 사업에 참여했던 주요 이유 중 하나가 해외 공공 사업 참여에 필수인 관련 실적 확보였다"며 "보통 과거 2~3년 동안의 관련 사례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기업 참여 제한 2년 후부터 수출 실적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한때 전체에서 절반 정도의 수출을 책임졌던 대기업의 비중이 2018년에는 0.4%로 급감했다.
일방적 참여 막기보다는 컨소시엄 등 검토해야
일각에서는 대기업 참여 제한이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견 기업들이 공공 사업을 독차지하면서 대기업 계열의 IT 서비스 기업들의 매출을 추월했다. 지난해 중견 기업 아이티센의 매출(1조 5423억원)은 롯데그룹 계열의 롯데정보통신(8456억원)과 신세계그룹 계열의 신세계아이앤씨(4560억원)보다 많다. 하지만 롯데정보통신과 신세계아이앤씨는 공공 사업 참여에 제한을 받는다. 반면 시장조사업체 KRG가 2018~2019년 계약금액 1억원 이상의 공공 정보화 사업 수주 실적을 분석한 결과 아이티센은 2위를 차지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내 IT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 제한을 없애는 대신 대기업은 중견·중소 기업과 반드시 컨소시엄을 꾸려 관련 사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완/배태웅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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