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국가지정문화재가 있는 역사 관광지다. 산과 바다, 강과 호수 등 천혜의 자연을 갖추고 있어 사시사철 매력이 넘친다. 언택트 여행은 물론 트렌디하게 떠날 수 있는 여행지까지 골고루 갖춘 곳이 경북이기도 하다. 꼭 가볼 만한 경북 대표 여행지를 소개한다.
야간 관광 1번지, 경주의 동궁과 월지를 이르는 말 중 이만큼 가슴에 와닿는 말은 없을 것이다. 동궁과 월지는 국내외 어떤 관광지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야경을 뽐낸다. 동궁과 월지는 통일신라시대 문무왕 14년 창건했다. 큰 연못을 파고 못 가운데 3개의 섬과 못 북동쪽으로 12봉우리의 산을 조성했다. 여기에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심고 진귀한 새와 짐승을 길렀다고 한다.
동궁은 원래 신라 왕자가 사는 별궁이었다. 별궁 중심에는 ‘달이 비치는 연못’이라는 뜻의 월지를 뒀다. 문무왕은 월지를 바다를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어느 곳에서 바라봐도 연못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도록 고안했다. 끝을 알 수 없는 넓디넓은 바다처럼 느껴지게 했다. 신라인의 뛰어난 미의식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동궁의 핵심 건물인 임해전은 ‘바다를 바라보는 궁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회의를 열거나 귀빈을 접대하던 곳으로 신라 경순왕이 고려 왕건을 초대해 주연을 베풀기도 한 유서 깊은 곳이다. 동궁에 불이 켜지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어둠이 짙어갈수록 궁궐이 웅장하게 빛나고 불빛이 연못에 데칼코마니처럼 비친다. 신라 왕자들이 달빛을 즐기던 장소가 이제는 국민야경지가 된 것이다. 황금빛으로 물든 동궁과 월지의 야경은 관광객에게 천년 전 신라의 성골 진골 부럽지 않은 호사를 선사한다. 수면에 비친 전각과 수목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비경이다.
여름이면 동궁과 월지 주변은 연꽃으로 뒤덮인다. 약 5만㎡나 되는 넓은 땅에 수많은 연꽃이 피어나 장관을 이룬다. 꽃밭 속 지그재그 산책로를 따라가면 은은한 연꽃 향기가 가득하다. 연꽃으로, 불빛으로 수놓인 경주의 낮과 밤은 천년의 세월만큼이나 깊고 그윽하다. 연꽃단지에는 홍련, 백련, 황련, 수련 등의 연꽃이 고고하면서도 순수한 자태와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어 고도 경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운문사는 560년(진흥왕 21년) 창건된 절이다. 신라 원광국사가 세속오계를 하고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 집필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스님들의 수행공간에 있는 은행나무는 1년 중 은행잎이 노란빛으로 절정일 때 사흘만 개방한다. 찬란하게 빛나는 노란 은행잎을 만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온다.
운문사에 도착하면 천연기념물인 ‘처진 소나무’가 인사를 한다. 웅대한 소나무는 가지를 모두 땅에 내리고 겸손하게 서 있다. 500년 넘은 세월로 추정한다니 그 나무 아래 서 있으면 슬며시 처진 소나무처럼 고개가 숙여진다.
서애는 이순신 장군을 발탁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었고, 나라를 위해서라면 임금 앞이라도 주저하지 않았다. 후학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해 지금의 자리로 서원을 옮긴 이도 그다.
병산서원은 요즘 배롱나무꽃이 한창이다. 수령 약 400년이 된 배롱나무 6그루를 비롯해 120여 그루가 한꺼번에 꽃 피운 행운의 순간을 누리고, 서애의 발자취를 따라가기엔 지금이 제격이다. 서애가 《징비록》(국보 132호)을 쓴 옥연정사(국가민속문화재 88호)와 그의 삶이 깃든 하회마을(국가민속문화재 122호)이 지척이다. 부용대에 올라 하회마을을 감상하거나, 붉은 배롱나무꽃을 두른 체화정을 둘러보는 등 옮기는 걸음마다 마음을 울리는 그윽한 비경이 함께한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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