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가족·효도 그리고 트레킹…국내 테마별 여행지 베스트4

입력 2020-08-18 15:06   수정 2020-08-18 15:08

긴 장마가 끝났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예전처럼 자유롭게 여행을 하기는 어렵지만 안전에 주의한다면 빛나는 우리 국토와 멋진 만남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SRT매거진’이 독자 2000명에게 떠나고 싶은 여름 휴가지를 조사했다. 테마별로 최고 여행지로 꼽힌 도시 베스트를 소개한다. 올여름 네 개의 매력으로 빛나는 네 곳의 도시로 떠나보자.
미식 - 임금의 밥상을 받고 싶다면 미식의 순천

조선 임금의 밥상에 오르는 토산물 중에는 순천에서 올라온 것이 많았다. 동시에 순천은 깊은 산사에서 수행 하는 스님의 밥상까지 정성껏 차려 냈으니, 이 물 맑은 도시가 가히 ‘삼라의 만 가지 상(床)’을 차려 낸다고 표현할 수밖에. 올여름, 순천이 선보이는 만 가지 반찬을 맛보러 떠나보자. 순천은 예부터 임금에게 특산물을 바치는 ‘삭선(朔膳)’의 중심지였다. 순천은 깊은 산골짜기에 맑은 물이 흐르고, 그 물이 흘러 강과 호수를 이루며, 강이 돌아 나가는 끝에는 바다를 면하고 있어 살기 좋은 자연적 지형을 두루 갖췄다. 조선시대 때 순천은 산과 들에서 나는 각종 식재료를 비롯한 약재, 맛있는 제철 과일과 바다에서 거두는 해산물까지 28종의 다양한 농수산물을 나라에 바쳤다. 순천을 대표하는 요리의 이름을 선뜻 꼽지 못하는 것은 출중한 요리의 가짓수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만 가지 재료를 조합해 만 가지 반찬을 차려 내니 종류를 기억하기란 쉽지 않을 터.

순천은 전국 꼬막 종패 생산량 약 70%를 차지하는 꼬막의 고향이다. 이 꼬막 동네에는 색다른 꼬막 요리가 있으니, 일명 ‘꼬막장’이다. 간장을 베이스로 하지만 심심하면서도 감칠맛이 돈다.

조계산에는 송광사와 선암사가 우리나라 불교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채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 순천은 다양한 산사 음식이 발달했다. 순천 산사를 즐기기 전에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 말을 되새겨보자. 음식을 약과 같이 먹는다면 절대 아무것이나 먹지 못할 것이며, 많이 먹고자 욕심내지도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음식을 공부하고 찾아 먹게 될 것이다.
가족 - 단란하게 떠나는 가족여행지 부여

부여 궁남지는 올해 ‘한국야간관광 100선’에 선정돼 밤마실 시티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낮에는 연꽃을, 밤에는 달빛이 반사된 연못에 취할 수 있다. 궁남지는 장애물이 없는 ‘배리어프리’ 관광지다. 휠체어와 유모차가 무리 없이 지나다닐 수 있으며, 거동이 어려운 이를 위한 각종 편의시설도 마련돼 있다.

궁남지는 연꽃이 개화하는 여름도 아름답지만 눈이 하얗게 내려앉은 겨울, 특유의 색을 뿜어내는 가을과 봄 또한 매력적이다.

성흥산성 끝자락에 자리한 400년 넘은 느티나무는 그 모양 때문에 유명하다. 이 나무는 동글동글한 여느 나무와 달리 몇 군데 가지가 유독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온 독특한 모양이다. 특정 각도에서 보면 마치 하트를 닮아 ‘사랑나무’로 불린다. 하트 모양을 확인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 사진에 담아보는 것이 이곳을 찾는 또 다른 재미다. 여러 TV 드라마에도 이 아름다운 나무가 배경으로 담겼다고 한다. 유명세를 차치하고도 400년 된 생명을 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일이다. 이 오래된 나무 앞에서 자신의 뿌리와도 같은 가족을 떠올려보자. ‘네가 가고 싶은 대로 마음껏 뻗어나가 보렴.’ 제 마음대로 뻗어나간 가지는 뿌리로부터 들려오는 이 응원의 목소리에 더 힘을 내는 것만 같다. 이곳에서 하트 모양을 발견하지 못한다고 해도 충분히 괜찮은 이유다.

여름에 찾은 부여 여행에서 연꽃이 만개하는 이 맑은 연못을 빼놓기는 힘들 것이다. 궁남지는 생긴 지 가장 오래된 연못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조경 역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신라시대 인공호수인 안압지보다 40여 년 먼저 조성됐다. 궁남지의 형태에는 신선사상이 담겨 있다. 연못 가운데에 섬처럼 떠있는 곳이 불로장생 신선들이 사는 곳으로 전설에 나오는 방장선산(方丈仙山) 중 하나를 표현해서 그렇다. 쉽게 말하면 신선처럼 지혜롭게, 그리고 오래 건강하게 잘 살고 싶은 마음을 담아 꾸민 연못 정원인 셈이다.

물론 신선사상이나 조경에 대한 관심 없이도 수양버들이 둘러싼 연못은 그저 무한히 아름답게 보인다. 만개한 연꽃을 복작복작하게 즐기다가 연못 한가운데에 고요히 자리한 포룡정을 바라보면 들뜬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기분이다.
효도 - 청정자연을 느낄 수 있는 힐링 공주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하기 위한 여행지의 조건은 무엇일까.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으면서도 청정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는 곳일 것이다. 공주는 구석기시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역사의 숨결이 고스란히 잠들어 있는 문화유산의 도시다. 63년간 백제 도읍이었고, 조선시대에는 충청감영이 있었으며 동학농민혁명 4대 전적지인 우금치를 비롯해 유관순, 백범 김구 선생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는 곳이다.

공주 마곡사는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으로, 643년 창건돼 14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곳은 백범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분노로 1896년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선생이 수감 중 탈옥해 은거한 곳이 마곡사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공산성은 금강의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공산성 안 성곽 둘레길을 걸으면 공주의 구·신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곳이 간직한 오랜 역사만큼 얽혀 있는 이야기도 많으니 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보면 공산성을 두 배로 즐길 수 있다.

유구색동수국정원도 꼭 들러볼 만하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수변에 수국을 비롯한 다양한 수종을 심어 조성한 정원. 비용과 관리를 지역 시민이 맡고 있어 더 의미가 깊다. 수국이 만개하는 시기는 6~7월이지만 해바라기 등 다양한 식물을 심어 가을에도 유구천의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수 있다.
트레킹 -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트레킹 명소 부안
전북 부안은 관광지로는 친숙한 곳이다. 깊고 울창한 변산, 기암괴석이 켜켜이 쌓인 채석강, 천년고찰 내소사 등은 이미 이름을 널리 알렸다. 새로움이란 없을 것 같던 부안에서 청춘 영화 ‘변산’이 탄생했다. 영화 속 청춘들은 드넓은 갯벌에서 묵은 화해를 위한 질펀한 싸움을 벌이고 마을 뒷산에 주저앉아 어쩐지 슬프지만 언제나 빛나는 노을을 바라본다. 투박한 듯, 촌스러운 듯 아름답다. 부안은 그런 곳이다. 그러니 부안에서는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다니기보단 부안 그대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마실길’을 걸어보기를. 약 66㎞의 트레킹 코스가 변산반도 해변 쪽으로 나 있어 밀물 때는 힘찬 파도 소리를 듣게 되고 썰물 때는 직접 갯벌을 체험할 수도 있다. 서해 낙조의 황홀경은 덤이다.

부안 변산반도국립공원에는 9개 탐방코스가 있다. 변산의 비경으로 꼽히는 직소폭포를 볼 수 있는 ‘내변산 내소사 코스’는 5.9㎞로 약 2시간45분이 걸린다. 30m 높이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직소폭포를 지나면 재백이고개, 관음봉삼거리를 거쳐 내소사에 닿는다. 경치가 좋고 경사도 완만해 많은 탐방객이 찾는다.

순천·부여·공주·부안=김은아 SRT매거진 기자 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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