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개인 순매수 종목 1위인데…SK하이닉스에 무슨 일이?

입력 2020-08-19 16:25   수정 2020-08-19 18:57

SK하이닉스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10% 가까이 떨어지며 코로나19 폭락 직후인 7만원대 수준으로 밀렸다. 약 4년간 지켜온 시가총액 2위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19에도 나쁘지 않았던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하반기들어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온 영향이다. 상승 반전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메모리 사이클이 꺾인다
낙폭도 점차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9일에만 3.97% 하락한 7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 기술을 적용해 만든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SK하이닉스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개인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를 810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관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판 종목도 SK하이닉스였다. 순매도액은 3765억원이다. 외국인도 437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메모리 사이클이 다시 꺾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DR4 8Gb(기가비트) D램의 7월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5.44% 떨어진 3.13달러를 기록했다. D램 고정거래가가 하락한 것은 9개월만이다.
재고 쌓아둔 고객사들
2분기 SK하이닉스 실적은 좋았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 영업이익은 205% 늘었다. 그럼에도 하반기 메모리 사이클이 좋지 않은 이유는 서버 업체들이 상반기에 이미 반도체를 공격적으로 사들였기 때문이다. 비대면 산업의 증가로 서버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필요한 물량에 비해 상품을 더 많이 산 후 여분을 비축해뒀다는 의미다. 반도체 공장이 셧다운돼 물량을 공급받지 못할 상황을 우려했던 것이다. 이미 재고를 두둑하게 쌓아 놓은 고객사들은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하반기 반도체 고정거래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하는 배경이다.
시황에 민감한 '순수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달리 순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반도체 시황이 나빠졌을 때 주가가 더 민감하게 움직인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은 "메모리 사이클을 주시하던 기관 투자자들이 정보기술(IT) 섹터에서 SK하이닉스를 정리하고, LG전자 등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내에서 입지도 애매한 측면이 있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 D램은 점유율 2위(29.6%), 낸드 점유율은 5위(10.4%)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를 잇는 독보적인 2등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투자나 기술적인 차별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전자에는 메모리 반도체 외에도 다양한 투자 요인이 더해진 상태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메모리 사이클 의존도가 높은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와 이미지센서 등 비메모리 부문에서 압도적인 2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언제 상승 반전할까
저가 매수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유진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등은 최근 SK하이닉스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하반기 메모리 가격이 약세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하락의 깊이와 폭이 예상보다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목표 주가는 10만5000원에서 9만8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경쟁사인 마이크론도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서버 고객들의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9~11월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수요자 우위 시장'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고객사들이 재고를 소진하고 나면, 이르면 내년 2분기부터 다시 상승 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도 크다. 반도체 업체들도 시설 투자 속도를 늦추면서 가격 하락을 방어할 전망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 연말에는 인텔의 서버용 신규 CPU가 출시되면서 서버 투자가 다시 확대되고, 스마트폰 업체들도 올해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D램 가격이 내년부터는 하락을 멈추거나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는 의미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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