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프랑켄슈타인"…빨라지는 미·중 '결별' [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

입력 2020-08-20 06:12   수정 2020-09-19 00:3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가 갈수록 세지고 있다. 정치·경제·외교·군사 등 전방위로 중국을 압박하며 중국과의 ‘디커플링(결별)’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 이후 이런 흐름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서로 영사관 폐쇄하는 미국과 중국
당장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압박이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18일 “미국은 다양한 조건 아래 중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을 정책 옵션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對中) 온건파로 꼽히는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6월24일 블룸버그통신 행사에서 “(중국과)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없다면 디커플링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결별’이란 단어를 입에 올렸다.

압권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7월23일 연설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캘리포니아주 닉슨도서관에서 “중국에 대한 맹목적 관여라는 오랜 패러다임은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이후 미 행정부의 중국 정책, 즉 미국이 관여해 중국의 발전을 도우면 중국이 서방 국가처럼 자유·민주주의·법치를 중시하는 나라로 바뀔 것이란 생각은 틀렸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을 ‘프랑켄슈타인’에 비유하고 중국 공산당이 14억 중국 국민들을 대변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중국인들에게 사실상 ‘체제 개혁’을 촉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파산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진정한 신봉자”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말뿐만이 아니다. 이미 전방위에서 ‘행동’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텍사스 주 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 폐쇄는 상징성 측면에서 단연 두드러진 사례다. 미 국무부는 7월21일 휴스턴 중국 영사관을 ‘스파이 센터’, ‘지식재산권 절도의 허브’라고 비난하며 폐쇄 명령을 내렸다. 중국도 보복 조치로 쓰촨성 청두 주재 미국 영사관을 폐쇄했다.


미·중은 1979년 수교 이후 대사관 외에 각각 상대방 국가의 5개 도시(중국은 홍콩을 제외한 본토 기준)에 영사관을 설치했다. 그중 한 곳씩을 닫은 것이다. 미·중 수교 이후 양국이 영사관을 폐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추가 (중국) 공관 폐쇄도 언제든 가능하다”고 압박했다.

경제 분야에서의 갈등도 치열하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2년 차인 2018년 시작돼 올해 1월 ‘봉합’된 무역 전쟁은 서막일 뿐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망에서 중국 기술 굴기(우뚝 섬)의 상징인 화웨이를 배제하려고 하고 있다.

동시에 최근 인기 동영상 공유 앱 틱톡,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등 중국 소프트웨어까지 견제하고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을 때리면서 내세운 이유는 ‘국가 안보’다. 화웨이 통신망을 이용하거나 틱톡과 위챗 같은 중국 앱을 쓰면 미국인의 개인 정보가 언제든 중국 정부에 흘러들어갈 수 있고 중국 정부는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공무원연금의 중국 주식 투자도 금지했다. 미국 공무원들의 돈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중국 기업에 흘러들어가선 안 된다는 논리에서다.

여기에 더해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퇴출을 추진하고 있다. 미 재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는 최근 미 회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중국 기업을 미 증시에서 내쫓는 권고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이미 상장된 중국 기업은 내년 말까지 미 회계 감독 당국에 회계 감사 자료를 내지 않으면 미국 증시에서 짐을 싸야 한다.

신규 상장을 원하는 중국 기업은 기업공개 전에 미 회계 기준을 충족하는 재무제표를 제출해야 한다. 중국 기업은 그동안 미·중 회계 협정에 따라 뉴욕 증시나 나스닥에 상장할 때 미국 회계 기준이 아닌 중국 회계 기준만 맞춰도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더 이상 이를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6일 미 연방 기관이 핵심 의약품과 의료 장비를 구매할 때 미국산 구매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우리에게 제품(판매)을 거부할 수 있는 중국과 전 세계 다른 나라들에 (계속) 의존할 수 없다”고 했다.

제조업 리쇼어링(국내 복귀)도 추진하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최근 중국에서 미국으로 복귀하는 미국 제조업 기업의 이전비용을 100%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밖에 홍콩, 대만, 신장·위구르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지역에서 자유와 인권을 내세워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선 그곳이 공해라고 확인시키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7월엔 중국 해군이 훈련 중이던 남중국해에 2척의 항공모함을 급파해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초당적 지지 얻고 있는 ‘중국 때리기’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 5월 기사에서 ‘닉슨 독트린’으로 냉전을 청산하며 가까워졌던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지정학적 대결을 벌이고 있다며 이런 거대한 전환을 ‘대결별(the great decoupling)’이라고 규정했다.

물론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이 실제로 결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미국 내 대표적 중국통으로 꼽히는 윌리엄 오버홀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월 기자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허세(bluffing)’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7월15일 열린 홍콩 외신 기자 클럽 행사에서 “미·중 간 경제 디커플링은 가능한 게 아니라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단언했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가 미국 내에서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1월3일 미 대선을 앞두고 불리한 판세를 흔들기 위해 ‘반중(反中) 정서’를 자극하는 측면도 있지만 중국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여야를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실제 미 의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안들을 만들어 냈다.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하자 미 의회가 홍콩의 자치를 침해한 중국 당국자들을 제재할 수 있는 홍콩자치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게 대표적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도 ‘중국 때리기’에 가세했다. 미국 민주당은 지난 7월 바이든 후보의 대선 공약이 될 정강 정책 초안에 경제·안보·인권 등 전방위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내용을 담았다. 올해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미국의 대중국 강경책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중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기업들의 경영 리스크도 커졌다.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이 8월6일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와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를 상대로 45일 뒤 미국 기업과의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홍콩 증시에서 텐센트의 주가가 장중 10% 넘게 폭락하며 시가총액이 80조원 이상이 허공에 날아갔다.

제프리 거츠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중 간 분리로 인한 정치적 위험이 글로벌 기업들에 핵심적인 우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은 8월6일 전화 브리핑에서 “한국에서도 틱톡 등 중국 앱 사용 금지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이는 누구를 믿을 것이냐의 문제”라며 ‘중국 앱 차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화상 브리핑에서 LG유플러스를 거론하며 “(화웨이를 버리고) 믿을 수 있는 공급 업체로 옮길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LG는 국내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다. 미 국무부는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는 SK와 KT만 ‘깨끗한 업체’라고 부르고 있다.

미국은 ‘반중 경제 블록’인 ‘경제 번영 네트워크(EPN)’ 구상에도 한국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일본·호주·인도를 잇는 중국 포위망을 짜면서 한국도 파트너로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국이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면서 경제적으론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이익을 얻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는 한경비즈니스(2020.08.17 ~ 2020.08.23)에 실린 글입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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