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사기매매' 대법 판결에…조주빈 일당이 벌벌 떠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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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20 13:31   수정 2020-08-20 13:37

'중고차 사기매매' 대법 판결에…조주빈 일당이 벌벌 떠는 이유는?

텔레그램을 통해 미성년자 성착취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주빈 등 ‘n번방’ 일당이 중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추지 않았더라도 역할분담에 따라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질렀다면 형법 제114조(범죄단체·집단 조직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와서다.
범죄집단 개념 관련 첫 대법 판례 나와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범죄집단조직 및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중고차 사기판매 일당 22명의 상고심에서 범죄집단 조직·활동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2016년 6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인천에서 중고차판매 사기 행각을 벌였다. 검찰은 이들을 기소하면서 예비적 공소사실에 범죄집단조직죄를 끼워넣었다.

형법 114조에 따라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된다.

이는 통상 ‘범죄단체조직죄’라고 불리는 조항이다. 과거 조직폭력배 등을 엄단하는데 자주 사용됐다. 수괴뿐 아니라 조직에 가담한 구성원들에게도 중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엔 보이스피싱 조직에도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되고 있다.

법원 판례에 따라 특정 범죄 일당을 ‘범죄단체’로 보기 위해선 △특정한 다수인 △구성원들 사이 일정한 범죄를 범한다는 공동목적 △시간적 계속성 △단체를 주도하거나 내부의 질서를 유도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 등이 있었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 법조계에선 ‘최소한의 통솔체계’ 입증 여부가 핵심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형법 114조 가운데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조직’이란 문구에 주목했다. ‘조직’보다 내부 통솔체계 등이 느슨한 개념인 ‘단체’ 개념을 적용하더라도 형법 114조의 효력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이날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범죄집단'이란 특정 다수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범죄를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구성원들이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범죄를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춘 계속적 결합체를 의미한다”며 “범죄단체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출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2013년 형법 개정으로 제114조에 ‘범죄집단’이 추가된 이후 범죄집단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제시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조주빈 일당 재판에도 영향줄 듯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조주빈 등 n번방 일당의 중형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앞서 이들에게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범죄집단조직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진다면 조주빈뿐 아니라 공범들도 최대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n번방 일당이 ‘목적한 죄’는 미성년자 음란물 제작으로, 이 범죄의 최대 형량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수괴 격인 조주빈이 법정형보다 낮은 형을 받게될 가능성도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그동안 법조계에선 조주빈 일당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았다. 구체적인 조직 강령이나 명시적인 지휘·통솔체계 등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들에게 범죄집단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범죄집단 개념을 통해 처벌이 이뤄진 전례가 없어 실제로 조주빈 일당이 범죄집단조직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을지 불명확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대법원에서 판시한 범죄집단 성립요건과 (조주빈 일당의 구조는) 정확히 맞아들어간다고 보인다”며 “이 대법원 판례는 조주빈 일당의 박사방 사건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현재 조주빈 일당은 그들 사이에 일면식이 없어 애당초 범죄집단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온라인에선 특정 아이디로 소통하고 그 역할을 분담하면 족하다”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의 집단 형성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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