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구가 곧 국력…英도 美도 그래서 강대국 됐다

입력 2020-08-20 17:43   수정 2020-08-21 03:17

“국왕의 위대함은 백성의 숫자로 측정된다.” 프랑스 루이 14세 시대에 뛰어난 군사 공학자였던 세뇨르 드 보방의 말이다. 수비 시설이 아무리 혁신적이라 해도 나라와 권력의 힘은 궁극적으로 ‘인구’로부터 나온다는 뜻이다.

영국이 한때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인구의 영향이 컸다. 19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후 상하수도가 개선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영아 사망률이 떨어지고 기대수명이 늘어났다. 이로 인한 인구 폭발로 영국은 수백만 명의 자국 인구를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보냈다. 현재 전 세계에 영어를 쓰는 인구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인구의 힘》은 세계사의 중요한 변곡점마다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인구의 영향력을 분석한다. 영국 런던대 버크벡칼리지의 연구원이자 인구학자인 폴 몰런드가 썼다.

보방뿐 아니라 인구의 중요성을 언급한 역사 속 인물이 많다. 나폴레옹 시대의 프로이센 군사학자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숫자의 우위를 “승리의 가장 일반적인 원칙”이라고 말했다. 《국부론》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어떤 나라가 부강한지 가장 결정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는 주민의 숫자”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이들의 얘기를 언급하며 “각 국가의 운명을 바꾼 것은 인구의 힘”이라고 주장한다. 20세기 초 러시아의 영아 사망률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면, 히틀러의 군대가 러시아군과 맞서 싸우다가 패배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이 해마다 수백만 명의 이민자를 끌어들이지 않고 1950년대 이후에 인구를 두 배로 늘리지 못했다면, 이미 중국에 경제적으로 잠식당했을지도 모른다. 일본이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출생률 감소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25년씩이나 장기 침체를 겪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세계 인구는 77억 명에 달한다. 18세기만 해도 10억 명에 불과했지만 200년 만에 일곱 배 넘게 증가했다. 19세기 초를 기점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물질적 환경, 영양 수준, 교육 등이 크게 개선됐다. 유엔은 세계 인구가 금세기 후반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 11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그때부터 인구의 증가 속도가 오늘날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저자는 “처음에는 느린 속도로 털털거리다가 무시무시하게 속도를 올리고, 최근엔 큰 폭으로 감속을 시작한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다”며 “그 자동차는 서서히 멈출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그는 인구의 미래를 세 가지 빛깔로도 나눠 전망한다. 회색, 녹색, 감소된 흰색이다. 회색은 노령 인구의 증가를 뜻한다, 인구의 고령화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먼저 고령 인구가 많으면 사회의 폭력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사회경제적으로 역동성과 혁신성이 줄어들 수 있다. 녹색은 인구 증가의 둔화로 인류가 보다 청정한 지구에서 살아갈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이다. 감소된 흰색은 백인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다. 21세기 중반이 되면 영국 내 백인 인구는 전체의 60%, 미국은 전체의 50%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백인이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면서 세계는 다시 한번 인구의 대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강조한다. “과거에 그러했듯 인구와 인류의 운명은 앞으로도 절대 뗄 수 없다. 출생과 사망, 결혼과 이주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남아 있는 한 인구는 역사의 경로를 결정할 것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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