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남기 부총리도 신중론 편 '부동산감독원', 철회하는 게 맞다

입력 2020-08-21 17:22   수정 2020-08-22 00:05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에 대해 신중론을 펴 주목된다. 홍 부총리는 그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부동산 감독기구 관련 협의는 초기단계이고, 정부의 입장은 결정된 게 없다”며 “감독기구 설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정·청에서 ‘감독기구 설치 당위론’이 잇따르는 와중에 나온 이례적 발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설치 검토’를 언급한 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감독원보다 훨씬 더 큰 부동산 감독기구가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도 “시장의 크기, 생활에 미치는 중요도에 걸맞은 감독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고 거들었다. 심지어 여당은 국토교통부가 개인의 금융정보를 금융회사에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발의할 방침이다. 홍 부총리의 신중론 제기는 청와대와 여당의 일사천리식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로 보인다.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는 해외 사례나 실효성, 인권침해 가능성 등 여러 면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선 베네수엘라 정도를 제외하면 도입한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 베네수엘라는 2000년대 들어 공정가격감독원을 주축으로 임대료 통제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 민간 임대주택 매물의 씨가 마르고, 임대료가 폭등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정부에 감시조직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2월 범정부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반’이 출범해 7월까지 110건의 내사를 완료했다. 그런데 이 중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무혐의로 종결된 건수가 절반(55건)에 달했고, 기소돼 처벌까지 간 것은 3건에 그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상이 이런데도 여당 일각에서는 감독기구에 계좌추적 같은 수사권까지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부동산 경찰국가화(化)’ 우려까지 불러일으켰다.

이런 상황에서 홍 부총리의 신중론은 시의적절하고, 일리 있다고 본다. 차제에 감독기구 설치 방침을 철회하고, 정책을 대전환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23번의 대책에도 시장 불안이 가시지 않는 것은 실수요는 꾸준한데 세금폭탄, 임대차 규제 같은 반(反)시장적 땜질대책으로 거래 자체를 막아버린 탓이 크다. 구조적인 주택 수급문제는 풀지 않은 채, 국민 감시용 감독기구를 둔다고 집값이 잡힐 리 없다. 이런 식이면 또 다른 ‘세금 먹는 하마’이자 옥상옥(屋上屋) 조직이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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