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득 상위 1%에 매달린 국가 재정

입력 2020-08-24 17:34   수정 2020-09-28 16:39


소득 기준 상위 1% 개인이 2018년 통합소득세(근로소득세+종합소득세)의 41.6%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 기업은 전체 법인세의 78.4%를 부담했다. 하지만 근로소득자 열 명 중 네 명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이 인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인 지금은 이 같은 ‘세금 쏠림’ 현상이 더 심해졌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처럼 극소수 개인과 기업에 세수를 의존하는 것은 과세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윤창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상위 0.1% 개인소득자가 부담한 통합소득세 비중은 18.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2014년 18.2%에서 2015년 18.0%, 2016년 17.4%로 낮아졌지만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18.6%)부터 다시 올라 2018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8년 상위 1%와 상위 10%가 낸 통합소득세 비중은 각각 41.6%, 78.3%였다. 근로소득 상위 1%는 연봉 2억6600만원 이상(2018년 기준)을 받는 사람이다. 같은 기간 상위 1%가 부담한 종합부동산세 비중은 65.1%였다.

대기업의 납세 비중도 급증했다. 상위 1% 법인의 납세 비중은 4년 전 75.0%에서 78.4%로 3.4%포인트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상위 1% 법인의 수입액 비중은 51.6%에서 50.2%로, 상위 10% 수입액 비중은 69.8%에서 68.7%로 줄었다. 상위 법인이 차지하는 이익 비중은 줄었는데 내는 세금 비율은 높아진 셈이다.

윤 의원은 “정권의 핀셋 증세로 ‘모두가 조금씩 낸다’는 기본적인 공평과세 원칙조차 훼손되고 있다”며 “이 정부 들어 효율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생각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소득자·고가 주택에 '핀셋 稅폭탄'…무너진 '넓은 세원, 낮은 세율'
개인 상위 1%가 전체 세금의 42% 내…기업은 78% 부담
개인과 기업 할 것 없이 최상위층이 내는 세금이 전체 세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면세자는 그대로 놔둔 채 ‘부자 증세’와 ‘핀셋 증세’라는 이름으로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세금만 늘린 결과다.

소수에게 의존하는 이런 세수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리고 주식 양도소득세를 신설하는 등 부자 증세에만 몰두하고 있다.

고소득층이 세금 대부분 부담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2018년 소득세와 법인세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수입에 비해 내는 세금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2018년 전체 수입 중 상위 0.1%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0.2%였지만, 법인세 부담 비중은 전체의 58.8%였다. 상위 1% 법인의 수입 비중은 68.7%였지만 낸 세금 비중은 78.4%였다.

개인의 수입과 납세액 비중 차이는 더 벌어졌다. 2018년 상위 0.1%인 개인이 전체 소득에서 4.2%를 차지했지만, 이들이 낸 세금 비중은 전체의 18.7%였다. 상위 1%는 전체 수입의 11.2%였지만 소득세 비중은 41.6%였다. 상위 10%로 넓히면 소득 비중은 36.8%지만 세금 비중은 78.3%였다.

근로소득 격차는 더 컸다. 전체 급여 중 상위 0.1% 근로소득자가 받는 급여 비중은 2.1%였지만 이들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 비중은 12.2%였다. 상위 1%, 상위 10%의 급여 비중은 각각 7.0%, 31.6%였지만, 세금 비중은 32.0%, 73.7%였다.

반대로 2018년 하위 38.9%의 근로소득자는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개인 10명 중 상위 1명이 70%에 달하는 세금을 내지만 하위 4명은 전혀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주식 할 것 없이 ‘부자 증세’
국회 입법조사처도 불공평한 세금 체계를 비판했다. 입법조사처는 ‘2020년도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소득세 체계는 10여 년 동안 과세표준구간과 세율 구간의 변화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단지 고소득층의 과세표준구간 변경과 세율 증가만으로 소득세 구조를 유지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38.9%에 달하는 근로소득세 면세자를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입법조사처는 “납세자인 국민의 공감을 필요로 하는 사항이지만 지나치게 확대된 면세자 비율을 축소함으로써 국민개세주의 원칙을 실현하고 납세자 간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정반대의 정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세법개정안을 통해 내년부터 소득세 과표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최고세율을 42%에서 45%로 올리기로 했다. 그러면서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및 납부면제자 기준은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득과 손실을 합산해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를 2023년 도입하기로 했다. 부동산 수요를 억제한다는 명분 아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취득세 세율을 모두 올렸다. 특히 내년부터 1주택자 종부세율도 0.5~2.7%에서 0.6~3.0%로 0.1~0.3%포인트 올라 보유세 부담이 확 늘어날 전망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자 증세에만 집착하는 건 조세정의에 반하는 것”이라며 “경제의 역동성을 해친다는 측면의 ‘효율성’, 공평과세라는 측면의 ‘형평성’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비판 속에서도 부자 증세 및 핀셋 증세가 이어지는 건 재정건전성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와 공기업을 합한 공공부문의 지출은 1년 전보다 62조8000억원 증가했다.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급증하는 정부 지출을 감당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고 그러다 보니 정부 입장에서 조세 저항이 적고 정치적 타격이 덜한 부자 증세 방안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공공부문 지출 증가폭을 고려했을때 정부는 증세카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지금의 핀셋 증세로는 제대로 된 세원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상훈/정인설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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