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전환율 2.5% 시대, 세입자 부담 덜어줄 수 있을까

입력 2020-08-26 15:50   수정 2020-08-26 15:52


정부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임대료 책정 기준으로 쓰는 ‘전·월세(월차임) 전환율’을 현행 4%에서 2.5%로 낮추기로 했다. 전·월세 전환율을 하향 조정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전·월세 매물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신규 계약에 적용되지 않고 처벌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전·월세 전환율 인하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월세 전환율 4%→2.5%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제3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현행 4%인 전·월세 전환율을 2.5%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월세 전환율은 임대차 계약기간 내 또는 계약 갱신 때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즉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월세를 지금보다 덜 낸다는 의미다. 정부는 입법예고 등을 거쳐 오는 10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현행 전·월세 전환율은 4%다.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0.5%)에 3.5%를 더한 수치다. 예를 들어 기존 8억원짜리 전세 계약을 보증금 5억원인 월세로 바꿀 경우 현행 기준(4%)에서는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월세 전환 금액인 3억원에 4%를 곱한 1200만원을 12개월로 나눈 수치다. 하지만 2.5%로 전환율이 낮아지면 월세는 62만5000원으로 40만원가량 줄어든다.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뜻이다.

전·월세 전환율이 내려가는 것은 2016년 11월 이후 약 4년 만이다. 정부는 최근 전·월세 상한제(5%)와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2+2년) 시행에 이은 후속 조치로 전·월세 전환율 하향 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세입자들의 월세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세 매물의 월세 전환을 늦춰 전셋값을 안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전·월세 전환율이 내려가면서 역으로 전셋값이 올라가는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전·월세 전환율이 내려가면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내는 돈이 줄어든다. 하지만 월세를 전세로 바꿀 때는 오히려 전셋값이 올라갈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월세를 전세로 전환할 때는 2.5%가 아니라 시장 전환율을 적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월세 전환율 하향 조정 실효성 떨어져

전문가들은 전·월세 전환율 하향 조정이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에 따른 ‘전세의 월세화’를 멈추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규 계약을 체결하거나 임차인이 바뀌는 계약,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이전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운 세입자를 맞을 때 집주인이 전셋값을 큰 폭으로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규제에 따른 역효과가 더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아파트 전세 매물이 귀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510가구에 달하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전세 물건이 10개 안팎이다. 이 단지는 연말께 전·월세 재계약 시점이 다가온다. 가락동 K공인 관계자는 “전·월세 전환율이 낮아지더라도 전·월세 매물 자체가 급감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성이 낮아 전·월세 전환율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한계도 있다. 집주인이 이를 무시하고 높은 월세를 요구해도 과태료를 물리는 등 처벌할 수 없어서다. 실제로 임대차 시장에서 통용되는 전·월세 전환율은 4.0%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주택 전·월세 전환율은 5.9%다.

일각에서는 과태료 부과 등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임대차는 사인 간 계약관계이므로 과태료 등 행정 제재가 불가능하다”며 “과태료 등 강제 규정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월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도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현재 6곳인 분쟁조정위원회를 연내 6곳 더 추가로 설치하고, 내년에도 6곳을 더 늘려 내년 말까지 총 18곳을 설치할 계획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가려서 받거나 4년마다 월세 전환이 급격하게 확대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분쟁조정위원회를 늘려도 당사자들이 수락하는 경우만 조정이 성립되는 등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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