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은 정말 비싼가…뉴욕·베이징·홍콩과 비교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0-08-26 10:05   수정 2020-08-26 10:19


아파트 값 폭등으로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스물 세 번째인지, 스물 네 번째인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고 국회에서는 임대차3법을 통과시키면서 부동산 거래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습니다. 보유세가 폭등하고 거래가 줄면서 아파트 값 폭등세는 수그러드는 듯합니다. 추세가 꺾어진 것인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겠지만 말이죠.



최근 서울, 특히 강남 집값은 정말 미친 듯 올랐습니다. 저는 지난 2017년 7월 뉴욕특파원 파견을 나가면서 서울의 집(광진구)을 팔았습니다. 그리고 이달 초 돌아와서 보니 그 집이 정확히 두 배 가격에 나와 있더군요. 3년간 두 배가 올랐으니 한 해 상승률이 거의 30%에 육박하는 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3년간 서울 집값이 11% 올랐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되는 이유입니다.



서울의 집값은 정말 많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머물렀던 미국 뉴욕, 특히 맨해튼의 집값에 비하면 그리 비싼 건 아닙니다. 맨해튼에서 중산층이 선호하는 트라이베카 지역의 경우 뉴욕의 부동산 사이트인 더글러스 엘리먼에서 검색해보니 200만~600만 달러 수준의 집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방 3개, 화장실 2개짜리 1681스퀘어피트(약 47평) 아파트가 290만 달러(약 34억5000만원)에 매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주차장 별도 가격입니다). 이 가격도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뉴요커들이 교외로 이주하면서 올 들어 10~20% 떨어진 겁니다.



취재차 그동안 몇 번씩 방문했던 홍콩, 도쿄, 베이징, 상하이, 런던 등의 집값도 서울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비쌌습니다.

지난 2016년 방문했던 베이징에서는 왕징 지역(시내 중심은 아닙니다)의 30평대 아파트 값이 우리 돈으로 30억 원쯤 했습니다. 당시 서울 강남의 비슷한 아파트가 15억~20억 원 할 때였습니다. 그리고 도쿄도 중심부 집값은 서울보다 비쌌습니다. 홍콩은 정말 심각했지요. 몇년 전 홍콩섬의 30평대 아파트는 한화로 30억~50억원에 달했습니다.

세계 곳곳이 개발되고 사람들이 잘 살게되면서 곳곳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수많은 돈이 풀렸지요. 이는 곳곳에서 자산 인플레이션을 불렀습니다.

그래서 서울의 집값이 다른 나라, 비슷한 수준의 도시에 비해 정말 비싼 것인지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집값을 정리해놓은 곳은 몇몇 있지만 서울이 빠져있는 자료가 많았습니다. 또 자료를 구해도 시점이 몇 년 전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각국의 집값 등 생활물가를 모아놓은 NUMBIO를 이용해 집값을 비교하기로 했습니다. NUMBIO는 위키피디아처럼 세계 9000여개 도시의 53만 명의 공헌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가격 데이터에 의거해 만들어집니다. 공헌자 개인의 주관이 들어갈 수 있어 정확성은 조금 떨어질 수 있어도 자료는 매달 업데이트됩니다.

이달 업데이트된 자료를 기준으로 세계 10대 도시(제 마음대로 골랐습니다)의 시내 중심 아파트 가격을 뽑아봤습니다. 서울과 도쿄, 베이징, 상하이, 뉴욕, 샌프란시스코, 홍콩, 싱가포르, 런던, 파리 등입니다.



시내 중심의 아파트 매매가의 경우 홍콩이 ㎡당 3만1903달러로 1위였습니다. 싱가포르와 뉴욕이 뒤를 이었고 서울이 1만6562달러로 4위였습니다. 100㎡ 집이라면 약 19억6000만원으로 조사된 겁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수준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특히 서울은 매매가 범위가 8841~2만7787달러로 조사돼 가장 비싼 집을 기준으로 할 경우 홍콩에 이어 두 번째로 비쌌습니다. (뉴욕은 1만763~2만1527달러로 조사됐습니다. 다만 이는 수천 만 달러짜리 초호화 아파트를 반영하지 않은 듯합니다.)



이 자료를 기반으로 따지면 서울의 집값은 세계적으로 비싼 편입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인구가 과밀하고 최근 성장 속도가 컸던 한국과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지역의 집값이 높은 듯합니다.

집의 가격은 그 지역 사람들의 소득 수준을 쫓아갑니다. 그럼 소득에 비교한 아파트 가격 수준은 어떨까요?



서울의 소득 대비 매매가는 24.98배로 나타났습니다. 안 쓰고 소득을 모으면 약 25년 걸러야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홍콩(43.96배), 베이징(41.5배), 상하이(36.08배)에 비하면 괜찮지만 다른 도시에 비하면 나쁜 수준입니다. 뉴욕은 집값이 비싸더라도 소득이 높기 때문에 11.51배에 그치거든요. 도쿄도 15.59배입니다. 즉 소득에 비춰본 집값은 더 비싼 것입니다.



이번에는 월세를 따져보겠습니다. 전세는 한국에만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월세의 경우 서울은 가장 싼 도시로 나타났습니다. 한 달 월세가 2194달러, 약 260만원으로 조사되어 10대도시 중 꼴찌입니다. 가장 비싼 뉴욕은 7305달러였고 런던도 4100달러, 도쿄는 3303달러입니다. 베이징도 서울보다 비싼 2254달러입니다.

아파트 매매가와 월세를 비교해도 서울은 단연 꼴찌입니다. 매매가는 월세의 76.3배에 그쳤습니다. 1위 샌프란시스코는 17.73배였고 뉴욕 런던 등은 20배 수준입니다. 베이징도 60배이지요.

즉 서울의 아파트는 매매가는 비싸도 월세는 정말 싼 것입니다.



서울은 왜 월세는 낮은데 매매가가 높을까요?

제가 3년간 살았던 뉴욕에 비춰보면 ① 보유세가 낮고 ②외국인 등 비싼 월세를 낼 수 있는 수요가 다른 국제도시에 비해 적으며 ③전세라는 특유의 제도가 있어 월세 아파트의 수요가 낮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정부는 지금 보유세를 많이 높였습니다. 그리고 "전세를 월세로 돌리겠다"는 발언도 정부 여당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전월세 전환율을 인위적으로 낮춰 월세 상승을 막기로는 했지만 과연 시장의 힘을 통제할 수 있을까요.

서울의 월세도 덩달아 높아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김현석 논설위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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