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수술 한달 넘게 밀리고, 응급실선 퇴짜…"환자 목숨 볼모로 삼나"

입력 2020-08-26 17:06   수정 2020-09-28 17:04


26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 앞. 휠체어를 탄 노인 한 명이 보호자 두 명과 함께 응급실 입구에 서 있었다. 입구 옆에는 “의사 파업으로 응급진료센터 정상 운영이 어렵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병원 내과 전공의들은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도 완전히 철수했다. 응급실 관계자는 “지금 한 팀이 대기 중인데, 대기 시간이 얼마나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주요 대학병원 수술 절반으로
대한의사협회가 제2차 총파업에 나선 이날 전국 병원 곳곳에서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대학병원 외래진료는 물론 암수술마저 최고 한 달가량 연기되고, 응급실은 대기 환자로 가득했다.

이날 주요 대학병원은 수술 건수를 평소 대비 절반가량 줄였다. 전공의가 집단 휴진에 나서면서 수술방 운영이 어려워져서다. 서울대병원은 이날 하루평균 130건에 달하던 수술 건수를 절반 정도로 조정했다. 삼성서울병원도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예정된 수술 중 100여 건을 연기했다. 서울성모병원은 평소 대비 수술방 운영을 30% 줄였다. 27일 서울대병원에서 암수술을 받을 예정이던 신모씨(29)는 “3개월 전부터 잡아놓은 수술 날짜가 다음달 중순으로 미뤄졌다”며 “의사 파업이 장기화되면 수술이 더 늦춰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사전에 일정 조정을 거친 외래진료도 분주하게 돌아갔다. 이날 오전 11시께 신촌세브란스병원 5층 뇌신경센터 앞에 환자 60여 명이 대기했다. 좌석이 꽉 차 복도까지 대기줄이 이어졌고, 일부 진료는 당초 예약시간보다 40분 넘게 지연됐다. 뇌신경센터를 찾은 한 70대 환자는 “대기 환자가 많아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된다”고 했다.
수도권보다 지방이 더 큰 타격
지방 병원은 더 심한 의료 공백을 겪었다. 충남 순천향대 부속 천안병원은 이날 오전 세 건의 수술만 했다. 평소 하루 70여 건의 수술이 이뤄지던 이 병원은 전공의 120명 중 85명이 파업으로 자리를 비웠다. 나머지 전공의 35명도 선별진료소 근무에 나서 전공의 전원이 진료에 손을 놨다. 천안 단국대병원도 137명의 전공의 전원이 파업에 참여해 응급 수술을 제외한 진료에 차질이 빚어졌다.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응급의료센터는 이날 중증 환자를 제외한 환자 전부를 전원조치했다. 평소 12명의 의사가 근무했지만 파업으로 전공의 3명이 자리를 비워서다. 이 병원은 전체 의사 313명 중 전공의 142명 전원이 파업에 참가했다. 하루평균 60여 건에 달하던 수술도 30건으로 덩달아 줄었다.

온라인 카페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진료 불편을 호소하는 게시글이 쏟아졌다. 이날 한 청원인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의사 파업으로 어머니가 암 재발 판정을 받았는데도 수술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 네티즌은 25일 암환자 온라인 카페에 “다음달 1일 예정된 수술을 15일로 미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또 수술 일정이 밀리지 않을까 마음만 졸이고 있다”고 적었다.

동네 병원도 문을 닫은 곳이 적지 않았다. 이날 취재진이 둘러본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인근 병원 10곳 중 7곳은 사실상 휴업 상태였다. 세 곳은 문을 닫았고, 두 곳은 예약 외에 신규 진료 접수를 하지 않았다. 또 다른 두 곳은 3시간 이상 단축 영업을 했다. 단축 운영에 나선 개업의 황모씨는 “정부가 발표한 의료정책에 반대하고 파업을 지지하지만 환자들도 걱정돼 고민 끝에 단축 영업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17개 광역 시·도의 의원급 의료기관 3만2787곳 중 3549곳이 휴진했다고 밝혔다. 휴진율은 10.8%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이날 의료계 파업에 동참할 수 있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의대생, 전공의의 집단행동은 불합리한 의료정책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순수한 열정의 산물”이라며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스승인 우리 교수들이 나설 것”이라고 했다.

양길성/김남영/최다은/천안=강태우/광주=임동률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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