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해부] 코로나19 치료제, 위기와 기회

입력 2020-08-26 17:52   수정 2020-08-26 18:3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의 전초전이 끝났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속속 들어가면서다. 올 초만 해도 ‘바이오기업들이 코로나 바람을 타고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시늉을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셀트리온, 엔지켐생명과학, 부광약품 등이 전임상에서 후보물질의 코로나19 치료 효능을 단기간에 검증한 뒤 임상 진입을 서두르는 속도전을 펼치자 시장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기업들의 진정성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옥석이 가려질 때가 오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상황을 살펴봤다.
투 트랙으로 진행되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치료제와 코로나19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제다. 항체치료제, 혈장치료제, 항바이러스제 등은 세포를 감염시키며 증식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는다. 줄기세포치료제, 면역치료제 등은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염증과 이로 인한 각종 증상을 완화한다.

국내 기업들 중에는 항체치료제와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는 곳이 더 많다. 기존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다시 개발하는 ‘약물 재창출’도 활발하다. 부광약품, 동화약품, 신풍제약 등이 대표적이다. 고분자 약물도 생체흡수가 잘 되게 해 약효를 높이는 기술을 갖고 있는 바이오시네틱스는 니클로사마이드를 주원료로 하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체치료제, 항바이러스제 등은 개발 속도가 팬데믹이 퍼지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고 바이러스에 변이가 생기면 효과가 없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증상에 대응할 수 있는 치료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무력화하는 항체치료제와 항바이러스제
항체치료제는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를 감염시키기 위해 세포와 결합하는 부위(항원)에 결합해 바이러스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효과가 뛰어난 ‘중화항체’로 만들어진다. 항체치료제는 엄밀히 말해 바이러스를 직접 제거하는 게 아니다. 항원의 감염성이나 독성을 중화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항체는 항원을 제거하는 데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항원과 결합했을 때 항원을 제거할 수 있는 면역세포나 단백질과 반응해 이들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이를 항체의 ‘작용 기능’이라고 한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CT-P59’는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중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동물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난달 한국과 영국에서 임상 1상에 들어갔다. 국내에서는 올 3분기에 시험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치료제를 내놓는 게 목표다. 유한양행과 앱클론, 제넥신, 와이바이오로직스, 펩트론 등도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완치자의 혈액에서 얻은 혈장으로 제조한 치료제인 혈장치료제도 중화항체를 활용한다. GC녹십자가 개발 중이다. 이달 중 임상 2상에 들어간다. 항체를 계속 생산하는 세포주가 있는 항체치료제와 달리 혈장치료제는 완치자의 혈액이 필요하다. 항체치료제보다 생산비가 싸지만 양산이 어려운 이유다.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의 증식 과정을 저해해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막는다.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신풍제약, 종근당, 부광약품 등의 후보물질이 모두 항바이러스제다. 바이러스마다 자기 증식하는 기전이 다르다. 주요 기전은 RNA를 늘리는 효소나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원리상 항바이러스제는 표적으로 하는 바이러스의 고유한 증식 기전에 맞게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긴급한 상황에서는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식 기전을 가진 질환의 약물을 환자 치료에 쓸 수밖에 없다. 큐리언트, 바이오시네틱스 등도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서 개발 중인 항바이러스제는 대부분 ‘약물 재창출’이다.
코로나19 증상 관리 약물도 주목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약물에는 중요한 한계가 있다. 바이러스에 변이가 일어나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동그라미 모양에 들어맞는 틀을 만들었는데 갑자기 세모 모양이 나타나면 동그라미 틀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과 같다. 일부 기업은 코로나19의 증상을 관리해 환자가 병을 견뎌낼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폐기능 저하를 포함한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가장 흔히 언급되는 증상 중 하나가 ‘사이토카인 폭풍’이다.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증식하면 인체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면역체계를 활성화한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신호전달물질인 사이토카인이다. 사이토카인이 적정한 수준으로 분비되면 괜찮지만 지나치면 문제가 생긴다. 면역세포가 비정상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장기와 조직이 망가진다. 김명환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는 대부분 항바이러스제라서 사이토카인 폭풍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신청한 엔지켐생명과학의 ‘EC-18’은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활성화하는 것을 막는다. 선천면역세포의 일종인 호중구의 기능을 정상화해 염증을 줄인다. 셀리버리는 최근 미국암학회(AACR)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원숭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약물군은 폐 속의 바이러스 양이 평균 82.4% 감소했지만 위약군은 124%가 늘었다.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는 “면역체계를 제대로 작동하게 하면 사이토카인 폭풍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체내 바이러스 양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줄기세포치료제도 사이토카인 폭풍에 효과가 있어 치료 목적 사용승인에 사용되고 있다. 파미셀, 강스템바이오텍, 에스씨엠생명과학 등의 후보물질이 긴급한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다.
환자 부족으로 해외 임상 활발해질 전망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2일 기준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코로나19 치료제 기업은 7곳이다.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기 위해 식약처와 사전상담을 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20여 개다.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하는 기업들도 있다. 셀트리온은 국내에 이어 영국에서 임상 1상에 들어간다. 국내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엔지켐생명과학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2상을 신청했다. 일양약품은 지난 5월 러시아에서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임상시험을 하러 해외로 나가는 기업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치료제 임상시험의 경우 국내에 코로나19 환자 수가 적어 피험자를 충분히 모집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지난달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국립중앙의료원 등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배병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이사장은 “국내에 중증 코로나19 환자가 많이 줄어 다국가 임상시험을 할 수밖에 없다”며 “임상시험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는 나라와 병원을 물색하는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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