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1장에 400원꼴이에요. 메뉴에서 샐러드는 당분간 뺄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A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지난주부터 메뉴에서 샐러드를 없앴다. 긴 장마 끝에 이어진 폭염, 태풍의 영향으로 거래하던 농장의 공급이 끊긴 탓이다.
최장 장마에 폭염, 태풍 등 연이은 악재로 채소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정과 식품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식탁물가 상승으로 주부들은 장보기가 무섭다고 호소하고, 외식업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황에다 재료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재료 조달 어려움으로 제품 판매를 중단하는 식품업체도 나오고 있다. “태풍 예보가 이어지고 있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이 더 걱정된다”고 우려한다.
여름 김치의 주재료인 열무 가격도 1년 전보다 34.5%, 1개월 전 대비 50% 올랐다. 포장김치 국내 1위인 대상 종가집은 24일부터 자체 온라인 쇼핑몰 정원e샵에서 열무김치 판매를 한시 중단했다. 대상 관계자는 “산지 침수 피해로 열무 수확이 부진해 한시적으로 자체 몰의 열무김치류 판매를 중단한다”며 “판매 재개 시점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김치를 식당에 제조·납품하는 중소업체들은 최근 김치 가격을 10~20%가량 인상했다.
샐러드 전문점들도 재료 수급 문제가 심각하다. 한 샐러드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공급처를 찾느라 전국을 헤매고 있지만 주문 예약만 할 수 있고 당장 배송이 어렵다는 답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농산물 시세는 올랐지만 산지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다. 수해 복구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은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물류 및 수확 인력 확보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농어민을 돕기 위해 잇달아 대규모 할인 행사에 나섰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서울시·농림축산식품부와 손잡고 전국 38개 수해 특별재난지역의 농축산물을 싸게 파는 기획전을 다음달 13일까지 열기로 했다. 전남 나주 밤고구마, 강원 철원 파프리카, 충남 아산 쌀, 전남 함평 새송이버섯 등 100여 종이다. 홈플러스도 장마로 피해를 본 어가를 돕기 위해 구이용 삼치, 구이용 바닷장어, 붉은 대게살 등 100t의 수산물을 20% 할인해 판매하기로 했다. 이상호 11번가 사장은 “장마에서 코로나19까지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농가 상생과 식탁 물가 안정을 위해 나섰다”고 밝혔다.
문제는 추석이다. 역대 최장 기간 장마에 일조량이 부족해 과일 당도가 크게 떨어진 데다 이어지는 가을 태풍도 변수다.
김보라/박종필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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